"아빠, 어디가? 선거에 가는거야?"

 

2년 전 총선때 녹색당을 '노찌따'라고 발음했던 작은 아이는 이제 분명하게 '녹색당'을 발음할 수 있을만큼 자랐다. 하지만 '선거사무실'이라는 단어는 아직 어렵고 낯선가보다. 줄여서 '선거'라고 부른다. 어린이집에서 작은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아이는 엄마는 어디 있는지, 언니는 어디있는지를 먼저 묻고, 지금 자기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묻는다. 묻지 않아도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선거사무실로 데려가는 중이라는 것을. 작은 아이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걷다보면 저만치에서 큰 아이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아이 데리러 오기 전에 전화로 동생 어린이집으로 오라고 말해뒀기 때문이다. 언니와 동생은 마치 몇 년만에 만난 듯이 서로 뛰어가 부둥켜 안고, 반가워한다. 두 녀석의 손을 잡고 선거사무실로 돌아온다. 지난 두 달간 저녁 풍경이다.

 

어느 유명한 시인의 말에서 나온 잔인한 달, 4월은 개인적으로도 늘 그런 느낌을 주는 달이었다. 실연, 실직, 갈등 유독 해마다 4월이면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 4월도 그랬다. 3월 말에 정리해고를 당해, 실직 상태로 4월을 맞았다. 하필 그때가 지방선거로 녹색당이 한창 바쁜 때였다. 그리고 우리동네에는 친하게 지내던 후배 당원이 구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했다. 마을 활동을 고민하던 시기에 마침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서 제대로 동네를 바꿔보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약 3년 전 창당준비위원회때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고, 동네 구의원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왔지만 나는 유난히 선거에는 관심이 없었다. 학생회 간부로 활동도 했고, 과 학생회장이나 단과대 학생회장 출마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찍어달라고 나서는 모양새가 왠지 우스워 보였다. 나중에는 출마하는 후배들이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는 요청도 많이 했는데, 그때도 모두 거절했다. '선거'라는 행위, 그 단어 자체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선거가 내 인생에서 제대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녹색당 창당 후 맞은, 2012년 총선 때부터였다.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정치인과 정당, 이 나라의 정치 지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선거를 치르면서 깨달은 내부 지형은 또 달랐다. 그리고 선거 결과 예상보다 저조했던 진보정당들의 득표율을 보면서 실망도 많았다.

 

이번이 녹색당에서 맞는 두 번째 선거다. 지난 총선에 녹색당은 부산과 영덕 2군데 밖에 지역구 후보를 내지 못했고, 비례 후보를 3명 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번 지방 선거에는 11명의 지역구 후보를 내고, 광역 비례 후보는 12명을 냈다. 2년 밖에 안된 신생정당이며, 유명한 정치인이 없는 시민의 정당, 녹색당 입장에서는 이 숫자를 만들어 낸 것만도 기적에 가깝다. 당파에 따라 끊임없이 만들었다 없어지고, 합쳤다가 분열되기를 반복하는 기존 정당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녹색당의 후보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하기 때문에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리 실제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자랑스러운 녹색당 후보들을 한명씩 소개해보고 싶다.

 

과천시장 후보로 나온 서형원 선배는 두 번 연속 무소속으로 과천시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첫 당선 당시 여당과 야당의 후보들이 1번부터 앞번호를 다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13번이라는 번호를 달고 당선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이끌어 냈던 사람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같은 과천시의원 출신인 정의당 황순식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다. 경선에는 과천 시민의 10%라는 경의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개인적으로는 환경연합 선배 활동가이기에 이 사람에게 더욱 믿음이 간다. 부디 시장으로 당선되어 과천을 대한민국의 생태도시로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녹색당은 창당하자마자 두 명의 시의원을 얻었다. 과천의 서형원 의원과 구미의 김수민 의원이 그들이다. 김수민 씨는 고향인 구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이번에는 녹색당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현역 시의원인 만큼 녹색당 내에서 아주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고, 젊은 시의원인만큼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벌여왔다. 판에 박힌 공약, 선거에서만 써먹는 공약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세워 이번에도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 경북 구미시 마 선거구(인동동(구평동, 황상동, 인의동, 신동), 진미동(진평동, 임수동, 시미동))에 녹색 정책을 펼쳐나갈 김수민 후보를 응원한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에 두 명의 지역구 후보를 냈다. 서대문구 가 선거구(충현동, 천연동, 북아현동, 신촌동)에 출마한 이태영 후보는 한국YMCA 전국연맹 활동가 출신이고, 현재 신촌민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또한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함께 일해 본 이태영 씨는 젊은 나이와 외모에서 나오는 느낌과는 달리,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일을 풀어가는 사람이다. 신촌 일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선거운동도 참신하고, 세련되게 펼쳐나가고 있다. 신촌 일대의 녹색 미래를 책임질 이태영 후보가 꼭 당선되기를 희망한다.

 

은평 마 선거구(갈현2동, 구산동)에 출마한 박종원 후보는 어린이, 청소년 놀이 프로그램 기획진행자로, 고무신학교 교사였다. 서울KYC 활동가 였고, 현재 작은 도서관인 '초록길도서관' 운영위원이다. 마을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가고, 교육, 보육 정책에 관심이 많다. 은평구의 녹색 미래를 책임질 믿음직한 후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당선 되길 바란다!

 

의왕시 가 선거구(고천동, 부곡동, 오전동)에 출마한 안명균 후보는 환경운동연합에서 20년 이상 활동했던 활동가 출신이다. 안양천 살리기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에도 정통한 전문가이다. 개인적으로 환경연합에 일할 당시에 인연을 맺었던 선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성격이 그러하듯, 환경운동 뿐 아니라 노동, 인권, 여성 등 다양한 의제에도 활발하게 참여해온 정책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꼭 당선되어 오랜 경험을 시민들을 위해 활용해주기를 바란다.

 

이천시 다 선거구(부발읍, 대월면, 모가면, 설성면, 장호원읍, 율면) 임을재 후보는 귀농한 여성 농민이며, 도농직거래 '콩세알 나눔마을' 운영위원이다. 또 한강 환경지킴이 활동을 3년째 해오는 등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분이다. 꼭 당선되셔서 녹색 이천을 만들어주시길 희망한다.

 

 

전남 보성 제 2선거구(벌교읍, 겸백면, 율어면, 복내면, 문덕면, 조성면)에 출마한 최혁봉 후보는 10년 전 벌교 산골로 귀농한 농민이다. 강정과 밀양 등 전국적인 이슈가 있는 곳에는 항상 달려오는 최혁봉 후보는 긴 수염이 매력적이었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면도를 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었다니!) 꼭 당선되셔서 특유의 부지런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

 

춘천시 바 선거구(소양동, 조운동, 약사명동, 근화동, 신사우동) 박설희 후보는 춘천 여성 민우회 활동가이며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시절부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SNS를 통해 활발하게 녹색당을 알리는 박설희 후보를 보면 나도 모르게 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이다! 꼭 당선되어 춘천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처음 쓸 당시만해도 모든 지역구 후보와 비례 후보를 다 소개해야지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선거운동을 하다가 틈틈히 쓰는 글이라 벌써 3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 내일이면 선거일이라 더이상 미루면 이 글을 쓰는 의미가 없고, 다 소개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리므로 정말 미안하지만, 남은 후보들은 이름만 소개하는 걸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부득이 소개못한 후보님들께는 죄송!)

 

충청남도 천안시 제7선거구(성정1동, 성정2동, 백석동)에는 이윤상 후보가 출마했고, 충청남도 홍성군 제1선거구(홍성읍, 홍북면, 금마면, 갈산면, 구항면)에는 정영희 후보가 출마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사 선거구(삼각동, 일곡동)에는 박필순 후보가 출마했다.

 

이상이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이며, 광역 비례 후보도 12명을 냈다. 아래 지도에 출마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서울시의원 비례 후보로 나선 이유진 후보는 녹색연합 활동가 출신이며,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분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전문가이다. 박원순 시장의 '원전1기 줄이기' 사업은 거의 대부분 이유진 후보가 만들어낸 내용이었다. 박원순 시장과 함께 녹색당 이유진 후보가 당선되어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을 좀 더 제대로 만들어 내길 바란다!

 

경기 비례 후보 이동현 씨는 딴지일보 기자다. 2011년 늦가을 서울녹색당 발기인 대회에서 취재차 왔다가 바로 당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딴지 팟캐스트를 듣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경기도 도의원으로 당선되길 바란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없는 선거가 되도록 오늘 자정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더 자세한 후보 소개는 녹색당 선거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www.kgreens.org/election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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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서
투표 안하려고 했는데
녹색당 당원분이 겨기 비례 후보로 나오셨군요.

작은 한표 보태겠습니다...


감은빛 2014-06-03 15:57   좋아요 0 | URL
경기도민이시군요. 고맙습니다!
함께 녹색 미래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chika 2014-06-0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안그래도 오늘 감은빛님이 생각나던데... ^^;;

지지정당 얘기를 하는데, 녹색당을 모르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ㅠㅠㅠㅠ
암튼 꿋꿋하게 녹색당 얘기를 꺼냈는데, 다행히 함께 식사를 하던 신부님께서 녹색당 지지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옆에 계시던 분들이 그냥 혹,하게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단 말이지요 ^^
어머니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 얘기하다가, 언니는 사전투표 하러 가다가 특별히 찍어야되는 곳 없으면 녹색당,이라고 했더니 뭐라고 투덜대면서도 녹색당에 표를 줬다고 합니다 ^^

근데 선거공보물이 없는데다가 정당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공고되지 않아서 저도 혹시나 하는 맘에 검색까지 해봤더랬습니다. 녹색당 지지하라고 떠들어댔는데 막상 정당 투표에 없으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걱정에... ㅡ,.ㅡ
그래서 정말 홍보가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은빛님의 글이 올라오길 기다렸는데...
암튼. 이번은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은빛 2014-06-03 21: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치카님.
제 글을 기다리셨다니, 좀 더 일찍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계속 빨리 글을 써야지 했는데,
여유가 없어서 생각만하다가
겨우 틈을 만들어 글을 쓰긴 시작했는데,
한번에 쓰지 못하고 며칠간 조금씩 쓰다말다 하다보니 늦어졌네요.

녹색당에 투표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함께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