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 아니다 - 세계사 속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
신금자 지음 / 멘토프레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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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운동권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학생운동이나 조직운동 경험이 비교적 짧다. 같은 세대의 운동을 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알만한 조직이나 사건들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친구들은 그런 이유를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운동 내부에서의 세력다툼과 경직된 면들이 싫었고, 운동권 내부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들을 깨닫고 경멸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학생운동과 조직운동에서 발을 뺐다. 그래서 친구들이 대부분 알만한 경험들에 나는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때 몸담았던 학생회 내부에서 보았던 것들은 우리가 비판해왔던 기득권들과 별반 차이없는 태도들이었다. 말로만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말로만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끝인가? 그 자신의 태도는 어느 누구보다 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적어도 스스로 말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성운동과 여성주의 혹은 페미니즘 등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은 없지만, 대개 나는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남녀의 실제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그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생활속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작은 차별들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부당한 차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가. 말로서 그런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나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나도 조금만 방심하면 다른 이들에게(특히 나보다 어린 여성에게) 그런 인상을 주지 않을까 늘 생각하고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늘 반성하고 더 많은 실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그런 나를 불편해한다. 당연하게 육아휴직을 요구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이렇게 중요한 시국에 개인의 입장만 생각한다는 불만이었다. 아이들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 없다거나, 회식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면, "와이프는 뭐하냐?"는 질문만 되돌아 왔다. 남성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사노동과 육아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사 인물 이야기라고 해서 좀 더 참신하고 재밌는 내용일거라고 기대했지만, 책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많았고,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썩 참신하다고 느껴지지지 않았다. 그래도 복습하는 기분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차근차근 읽어가는 재미는 있었다. 철저하게 남성 위주로 기록된 역사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만 다로 모아놓았다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사를 남성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여성들도 바라보자는 취지는 좋은데, 역사를 왕과 위인들만의 역사로 바라보는 듯한 태도는 아쉬웠다. 왕들과 위인들만의 역사로 기록된 내용은 거짓 역사이다. 모든 역사의 주인들은 묵묵히 자신의 삶은 살아온 대다수 민중들이다. 성평등을 이라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보려한 저자라면, 권력관계와 참 역사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에 대해서도 모를 리 없을 듯 한데, 전체적으로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업어 아쉬었고, 몇몇 인물에 대한 기술에서는 우려할만한 왜곡이 담겨 있어 안타까웠다.

 

가장 좋았던 점은 뒤로 갈수록 잘 몰랐던 근대 이후의 인물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고, 차분하게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야기를 주욱 따라가다보면 다양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거나, 알고 있던 지식을 새롭게 확인하게 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에서 짧게 많은 인물들을 다루었지만 나중에 소수의 인물들을 좀 더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여러가지 시각에서 살펴보는 시도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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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리뷰와 다르게, 감은빛님의 리뷰는 아주 리뷰다운걸요.
특히 아래에서 세번째 문단의 힘있는 자의 역사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평,
참 좋습니다. 그러게요, 사실이란게 얼마나 왜곡되고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겠지요.

균형잡힌 시각이라는게, 날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

감은빛 2012-03-09 15:16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언제나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마녀고양이님, 고맙습니다! ^^
저는 마녀고양이님 특유의 글이 참 좋아요!
느낌이 좋다고 해야할까요?
그에 비하면 제 글은 언제나 부족하고, 모자라고......

균형잡힌 시각! 정말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cyrus 2012-02-2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S***님도 읽으셨던데 감은빛님도 이 책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셨네요. 역사를 공부하거나 연구하는데 있어서
균형적인 시선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쉬운게 아닌거 같아요.

감은빛 2012-03-09 15:18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렇죠. 어느 분야에나 마찬가지일수 있지만,
특히 역사 분야에서는 훨씬 더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 쪽으로(여성의 시각) 공정한 듯 하지만,
다른 쪽으로(민중의 시각) 불공정한 면을 보이고 있어서,
읽기에 불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