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다는 옛말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참 한심하고 안타깝다. 아마 한 달쯤 전이었던가 주머니가 얕은 겉옷을 입고 다니다가 주머니에 들었던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앞으로는 절대 이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지난 겨울에도 이 옷을 입고 다니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좀 더 주의했어야지 중얼거리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일터 근처 우체국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일터에서 우체국까지 약 10분 거리를 서너번씩 왔다갔다 하며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하필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이었고, 바닥엔 온통 흰 눈이 쌓여있었다. 내 휴대폰은 또 하필이면 흰 색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일터로 돌아와서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봤다. 처음엔 받지 않았다. 계속 하다보니 나중에 어떤 중년 여성분이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냐고 여쭈었더니,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단다. 아는 곳이라서 얼른 뛰어가서 받았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롤러코스터의 노랫말처럼) 어느날 문득 또 같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한 것인가!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 몇 년전쯤 나쁜 자세 때문에 허리가 아팠던 적이 있다. 디스크가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꽤나 심각하게 걱정을 했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꾸준히 노력을 했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아마 한 두어달쯤 지나서 허리아픈 증상이 싹 나았던 것 같다. 최근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할 때 자세가 무척 안좋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러다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골반이 아팠다. 처음엔 그냥 별일 아니겠지 생각하며 무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아팠다. 급기야 그제부터는 걷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하는 동작을 하기가 힘들정도로 아프다. 어제 아침 큰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걸, 아빠가 골반이 아파서 못 안아준다고 얘길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아픈 사실을 알렸다.
아내가 한의원에 가보라는 걸 일단 조금 더 두고보자고 했다. 나는 병원을 극히 싫어하고 믿지 못한다. 아이가 아프면 어쩔수없이 병원을 가지만, 내 몸이 아픈 걸로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특히 정형외과 같은 경우는 몇 차례 가봤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절대 믿지 못한다. 꽤 오래전 어깨와 무릎을 다친 적이 있었다. 무릎은 뼈가 튀어나와서 걷지도 못하고, 무릎을 굽히지도 못했다. 여러군데 정형외과를 찾았으나 아무도 왜 뼈가 튀어나왔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깨를 돌리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갔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두 경우 모두 병원에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던 걸, 꾸준한 운동으로 낫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이유없이 무릎이 아프거나 어깨가 아플 때가 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운동을 하다보면 골반뼈와 다리뼈가 딱 걸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골반이 아픈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쁜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골반이나 허리가 안 좋을때 하는 스트레칭이나 요가 자세 등을 찾아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중에서 잊고 있던 이름 하나를 찾았다. 김철 선생께서 예전에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건강에 대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루에 한끼만(저녁만) 드신다는 선생의 말씀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몸살림 운동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석숙제'라는 개념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만으론 아무래도 부족해서 다시 책을 찾아보았다.
목차를 읽어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바로 그 연재기사가 책으로 묶여나온 것이었다. 조금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선생은 몸살림 운동을 통해 모든 질병과 증상을 고칠수 있다고 한다.
연재할 당시에는 재미있는 기사만 골라 읽었고, 연재 후반에는 여유가 없어서 거의 읽지 못했기에,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 더 나빠지기 전에 내 몸을 좀 추스려야지. 소를 잃었으면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