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이야기 -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지난 2003년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의 책이다. 이 책이 2002년 출간되었으니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전에 만들어졌다. 여기서 선생은 어린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서점에 가보면 온갖 종류의 어린이 책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번역된 동화들도 많다. 선생은 이런 많은 어린이 책들 중에서 몇권을 골라서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선생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머리말에 자세히 나와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속박속에 갇혀지내고 있는데, 특히 책을 바로 읽지 못하고, 무조건 읽고, 쓰고, 외우라는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앞을 보지 못하고, 자연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 게다가 이 책(선생은 우상이라고 표현했다.)들은 온갖 병든 말, 잘못된 어른들의 말, 어려운 한자말과 서양말, 일본말투성이로 되어있다. 이래서는 아이들이 올바른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그래서 선생은 어린이를 살리고, 어린이 책을 살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1,2,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최근에 가장 많이 읽히면서 이야기거리가 된 책 세 권에 대해 살펴보고 있으며, 2부에서는 동화책 여섯 권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공부거리가 되는 책 한 권, 번역한 책 두 권, 중고등학생이 읽는 책 한권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의 글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각각의 책 이야기마다 마지막에 우리말을 살려쓰는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이오덕 표 첨삭이 이 책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1부에는 박기범의 동화집 <문제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렇게 세 권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작품마다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하여, 좋은 점은 칭찬하고 나쁜점은 비판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 작품인 <문제아>만 잠깐 살펴보아도 어린이에 대한 선생의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은 어린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이 글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2부에서는 권정생 선생의 <비나리 달이네 집>, 이현주의 <외삼촌 빨강 애인>, 임정자의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이상권의 <엄마 생각>, 김우경의 <수일이와 수일이>, 윤태규의 동화집 <이상한 학교> 이렇게 여섯 권을 살펴본다. 앞서 1부의 책 세 권을 이 책의 거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량으로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반면 2부에 와서는 여섯권을 다루는 데 분량이 많이 줄어있고, 전체적으로 1부의 책들에 비해 조금 공을 덜 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은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들었다. 권정생 선생도 작년 5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 같은 훌륭한 분들이 모두 다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그래서 더이상 두분의 훌륭한 작품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보고 이오덕 선생이 전화를 걸어 두분이 나눈 통화내용이 그대로 실려있어서 참 재밌었다.

작년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 나온 녹색평론 95호에는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는 많은 꼭지가 실렸는데, 그중 김용락 시인의 글에는 권정생 선생과 이오독 선생의 친분을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한다. 이오덕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에 책 원고 하나를 출판사에 넘기셨고, 이 책이 선생이 돌아가신 직후에 출판되어 나왔다. 2003년 출판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에,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라고 부제를 단 책으로 한길사에서 나왔다.(지금 소개하고 있는 '어린이책 이야기'도 한길사에서 나왔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은 이 책의 출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책이 시중에 깔리자 매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은 이오덕 선생이 살아계실때 편지집 내는 것에 반대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편지들에는 밝혀지면 좋지 않은 사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굳이 출간하겠다면 당사자들이 다 죽은 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책이 출간되어버렸으니 화가 나실만도 했다. 결국 이 책은 곧바로 출판사에 의해 초판 전량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권정생 선생은 이미 잃어버린 편지들이 많은데, 이오덕 선생은 하나도 안 잃어버리고 다 보관하고 있었고, 당신이 보낸 것은 두 벌씩 써 두었다가 출판사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오덕 선생의 성생의 성품을 조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권정생 선생은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은 언짢게 생각했던 지 불평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나버렸는데, 암튼 권정생 선생과 이오덕 선생이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읽어보면 그 짧은 내용에도 참 많은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두 분 선생의 삶에 잠시 숙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3부에서는 도토리 기획의 <고구마는 맛있어>,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 <우리들의 여름> 그리고 이상석의 <못난것도 힘이 된다> 이렇게 네 작품에 대해 평하고 있다.

나는 우리말을 바로 쓰자는 이오덕 선생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인 잘못 표현된 글을 바로잡아주는 부분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혹 그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이오덕 선생은 너무 지나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암튼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자칫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린이책을 수없이 많이 보아온 선생이 일부러 여러 작품들을 골라서 평을 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라 생각된다. 하나씩 읽으면서 자신의 느낀점과 선생이 느낀 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은 어린이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를 생각하고 위하는 이오덕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지금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를 다녀오면 몇개씩 학원에 가야한다. 학원에서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공부보다 더한 것이 학원 공부다. 게다가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태권도, 검도, 웅변 등도 배워야 한다. 집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흙땅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손바닥만한 놀이터 뿐이고,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시 어디에도 없다. 먹을 것은 늘 인스턴트에 패스트푸드들 뿐이고,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없는 약골이 대부분이다. 모두들 제각각 학원에 가느라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니 남는 시간에는 혼자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 오락을 할 뿐이다. 이렇게 어린이를 나쁜 방향으로 몰아넣는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서, 이 땅에 사는 어린이들이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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