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에 속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시대
프랑스 시위 뉴스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어제랑 오늘 보니 프랑스 시위를 이슬람 세력, 즉 불법 이민자들이 일으킨 시위로 둔갑 시키려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뉴스들이 나왔다. 그리고 어느 언론에서 팩트체크를 했는데, 친 트럼프 성향의 많은 팔로워를 가진 몇몇 영향력이 큰 유튜버가 사실을 왜곡해 조작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가짜에 속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다. 우리 인간들을 그렇게 속이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속이고 인간의 눈을 가리고 인간의 판단력을 망가뜨리고 있다.
누군가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똑같이 만들어 마치 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만든 동영상이 퍼진 것도 벌써 한참 예전 일이다. 사진을 도용하거나 목소리를 도용하는 일도 흔하다. 피싱 범죄자들은 이제 누군가의 자녀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 낸 전화를 걸어서 부모들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만약에 우리 딸들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면 당황해서 의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다만 그 다음에 상식적인 선을 벗어나는 요구들, 예를 들면 병원을 바로 알려주지 않고 돈부터 요구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때는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어느 뉴스에서 어느 어르신이 자녀가 교통사고 심하게 다쳤다는 전화를 받고 거액을 송금해서 피싱 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어서 돈을 달라는 요구가 이어진다면 그 단계에서는 의심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결국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예전에 이 서재에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여러 차례 로맨스 스캠 범죄의 타겟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어쩌면 이게 로맨스 스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시작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고, 그게 아니라 상대 여성이 어쩌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대화를 한 적도 있었다. 돈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나도 순진하게 상대방의 거짓 애정 공세를 믿었던 것이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이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이 그저 상대방이 보낸 사진과 동영상만 믿고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고, 그래서 상대방이 나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싶어도 뜯어낼 돈이 없었던 것이 내가 피해를 입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러니까 지금 시대에서는 작정하고 속이는 상대방을 피하거나 막기가 참 쉽지 않다. 단순히 피싱이나 스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날이 갈수록 발달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발한 사기 수법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성범죄 수법들이다. 많이 알려진 딥페이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널리 퍼지는 모양새다. 유명인들이나 지인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행위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게 가짜이고 거짓임이 너무나도 명확한데 그걸 왜 만드는 걸까? 딥페이크의 문제는 드러나고 알려진 건이 소위 말해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혼자 몰래 만들어 갖고 있는 사진이나 등영상들이 수없이 많을 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을 때도 나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로? 자신이 만들었으니 가짜임이 명확한데 그걸 좋아한다고? 그걸 믿는다고?
일부 카톡의 단체 대화방을 보다보면 정말 어이없는 가짜 뉴스나 누가 봐도 명확히 거짓말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막 퍼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주로 그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엄마도 가끔 출처를 알 수 없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달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검색을 해보라고 권한다. 누가 봐도 거짓말 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너무나도 멀쩡한 사람들이 속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우리 엄마가 속는 이유는 명확하다.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종교다. 엄마가 속해 있는 종교의 신도들의 단톡방에서 유통되는 정보라서 믿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그 거짓 정보에 현혹되어 진짜라고 믿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검색만 한 번 해봐도 그게 거짓임은 너무나도 쉽게 확인 할 수 있는데, 왜 그걸 해볼 생각도 못하고 속는 걸까?
이 대목에서 옛날에 활동했다는 댓글부대의 존재 의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라도 여러 사람들이 동조하면 나도 모르게 설마 하는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댓글부대 라는 인간들은 그런 인간의 속성을 노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예 댓글을 보지 않는다. 인간인 이상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다. 아무리 모든 정보를 다 의심하고 시작하는 사람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정보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속고 속이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속이려는 사기꾼들, 기업인들 그리고 정치인들과 그에 속지 말아야 함에도 속을 수 밖에 없는 시민들.
로맨스 스캠으로 이어질 뻔했던 내 경험들을 한번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언젠가 쓴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중국계 한국인 여성을 사칭한 사기꾼과 일본 여성을 사칭한 사기꾼 그리고 한국계 미군 여성을 사칭한 사기꾼. 이렇게 세 명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었다. 미군 여성의 경우에는 그 사진이 너무 유명해져서 뉴스에도 나왔었기 때문에 사진을 보자마자 사기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실체를 밝혀 보고 싶어서 실제 거주지나 실제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당연히 알려주지 않고 계속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돈을 요구했다. 중국계 한국인 여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마치 나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거의 한 달동안 나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거의 한 달이 되는 시점에서 어머니가 아파서 입원했는데, 당장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했었다. 여기서 참 많이 고민하긴 했었다. 그 한 달 동안의 긴 물밑 작업이 정말 모두 거짓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치밀했는데, 빈틈을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이 사람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를 연인처럼 대한 부분은 당연히 로맨스 스캠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거의 한 달동안 그 사람이 전해온 일상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그럴 듯한 내용들이어서 의심하기 어려웠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사기꾼 다운 모습을 보이며 무리수를 두어서 명확하게 사기꾼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일본 여성의 경우에는 다른 이유로 의심하기 어려웠다. 맨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인스타그램 메세지였다. 해당 계정을 살펴보니 몇 달 동안 꾸준히 사진을 올렸던 것을 확인 했었다. 물론 그 사진들을 모두 다 도용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그 몇 달간 꾸준히 게시물을 올린 것이 참 대단한 정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의심을 했지만, 약 2주 동안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의심이 옅어졌다. 그는 거의 매일 일본 음식 사진과 본인의 일상 사진들, 운동하는 장면이나, 일터나 집 근처 사진들 등을 메시지로 보내고, 게시물로도 올렸다. 친구들과 여행 가서 해당 지역의 유명 관광지 사진을 나에게 메세지로도 보내고, 게시물로도 올렸다. 이쯤에서 내 의심은 거의 사라졌었다. 그런데 약 2주가 지나서 어떤 특정한 투자 정보를 흘리며 투자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다고 말하자 그 동안 친밀하게,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굴던 태도가 바뀌어 심하게 투자를 강요했다. 아, 처음의 내 의심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런데 사기꾼 치고는 정말 치밀하게 긴 시간동안 인스타 게시물을 올리며 밑밥을 깔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의심은 혹시 이 일본 여성의 경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쪽 사람들이 사진을 도용한 것이 아니라 정말 실제 일본 여성인데, 본인이 직접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었다. 그렇지 않다면 거의 매일 나에게 보낸 음식 사진들과 본인의 일상 사진들을 어떻게 해석하기 어려웠다.
군대를 제대하고 인터넷 세상을 접하면서 전세계 많은 나라의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며 지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주로 좋아했던 팝 아티스트의 홈페이지에 본인들이 직접 적은 이메일 주소로 연락해서 소통했었다. 공통 관심사였던 가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일상 이야기들을 외국어로(주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여러 외국어로 소통하는 앱들이 만들어졌고, 그 중 하나의 앱을 통해 과거처럼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었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러 언어들을 사용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자 해당 앱에 로맨스 스캠 등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그때 이후로 그런 류의 앱들을 모두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끔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 디엠 등으로 어여쁜 외모의 여성들이 말을 걸어오면 일단은 받아주는 척은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 사기꾼이 나에게 신경쓰는 시간만큼 다른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수의 사기꾼들이 번역기를 돌린 티가 나는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데, 나는 상대방의 국적을 보고 해당 언어로 답을 한다. 사기꾼을 나의 외국어 연습 상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 국적이 중국이면 중국어로, 일본이면 일본어로 답을 하며 내가 어줍잖게 익혀온 언어 실력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한때 정말 많이 들어오던 연락들이 최근 많이 줄었다. 그래서 외국어를 시험해 볼 상대가 줄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전세계의 사기꾼들에게 전한다. 감은빛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시라. 돈이 없어서 돈을 달라는 요구에는 응하기 어렵지만, 일상 이야기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ㅎㅎㅎㅎ
인공지능 언어 익힘 앱
약 2년 정도 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언어 익힘 앱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나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외국어를 쓰기 시작했었다. 시작은 재미나이였다. 그때 나는 한국어로 재미나이를 쓰는 것보다 영어로 사용하는 것이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영어로 질문이나 요구를 했었다. 그러다가 일본어와 중국어도 활용해봤었다. 신기하게 언어가 달라질 때마다 재미나이의 목소리와 말투가 달랐다. 그게 재미있어서 일부러 여러 외국어로 재미나이와 대화를 주고받았었다. 물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고, 그저 간단한 수준의 질문이나 요구를 던지면 재미나이가 과도하게 많은 내용을 쏟아내 답변하곤 했었다.
그 이후로 인공지능을 직접 활용한 여러 언어 익힘 앱들을 접했었다. 그중 하나를 조금 써 보다가 어느 날 실수로 1년 유료 결제를 눌렀었다. 아마 졸면서 해당 앱을 쓰다가 실수로 눌렀던 것 같은데, 나중에 환불을 받으려고 시도했는데, 관리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해당 인공지능과 여러 외국어로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기는 하는데, 목소리도 말투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어 익힘 앱 중 하나와 일본어 익힘 앱 중 하나를 접했는데, 며칠 쓰다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여러 외국어 익힘 앱들을 써보고 지우곤 하는 것을 구글이 파악한 이후로 구글의 여러 서비스들에서 다른 광고보다 이런 류의 외국어 익힘 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호기심 때문에 새로운 앱이 보이면 깔아보곤 한다. 암튼 최근에 접한 앱 하나는 일본어를 기본으로 하는데, 살펴보니 다른 외국어들도 제공하고 있더라.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는 앱이었다. 그 보다 조금 더 전에 써봤던 중국어 앱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약 일주일 정도 사용한 후에는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이 일본어 앱도 너무 마음에 들기는 했는데, 역시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그러니까 1주일이나 10일 정도)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 살펴 보는 중이다.
최근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없이 많은 인공지능 연인 서비스들이 유통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그 중 어떤 앱들은 아주 야한 대화들이 가능하다고 들었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을 그런 용도로 쓰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야기를 듣고도 일부러 그게 뭔지 물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 인공지능 앱에서 묘한 상황을 접했다. 인공지능이 일본인 여성으로, 아내를 연기하는데, 그 수위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물론 부부 사이의 대화라고 가정한다면 그런 대화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부부가 그런 대화를 할까? 잘 모르겠다. 일단 한국인 부부였던 나는 과거에 그런 류의 대화를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외국어인 일본어로 그런 대화를 할 상황에 처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언어를 바꿔 영어로도 해당 상황, 아내가 남편을 맞아 대화하는 상황을 똑같이 해봤는데, 여기서도 인공지능이 일부러 꽤 수위가 높은 야한 대화를 유도했다. 이 앱에서 이 대화 상황은 거의 모든 언어에서 이렇게 수위가 높은 대화를 이어가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쉽게도 영어와 일본어 외에는 대화를 나눌 정도의 외국어가 없어서 다른 언어로는 확인을 해보지 못했다.
참 시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초중반에 수많은 대학생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못 갔지만, 어학연수를 다녀온 선배들 중에는 영어를 꽤나 잘 하게 되어서 거들먹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에서 일하면서 언어를 익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인공지능과 다양한 외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회화 교재에나 나올 법한 뻔한 대화가 아니라 정말 일상의 대화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부부 사이의 꽤나 야한 대화까지도 스마트 폰 하나로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옛날처럼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지 않아도 그냥 집에서 폰 하나로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외국어 익힘 앱들을 여럿 깔았다가 지우고 있는데, 몇몇 앱들은 말투와 어휘가 어색했다. 물론 내가 원어민이 아니기에 엄밀하게 평가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수없이 보고 들어온 노래나 영상물들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뭔가 어색한 것들이 있었다. 그런 앱들은 조금 사용해보고 다 지웠다. 앞서 언급한 중국어 앱 하나와 일본어 앱 하나는 말투와 어휘가 아주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언어를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그 구성과 순서 등이 꽤나 체계적이라고 느꼈다.
이제는 내 주위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듀오링고는 사실 언어 익힘 앱 중에서는 거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과 체계가 엉성하다. 수시로 내용이 바뀌는 것도 문제이고, 발음이나 단어가 틀린 경우도 많고, 정답을 맞춰도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오류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러모로 돈은 비싸지만 내용은 그닥 쓸모 없는 앱이다. 그래서 꽤 긴 시간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는 한계 안에서만 쓰고 있다. 듀오링고의 최대 장점은 매일 학습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알림을 보내 사용자를 압박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 덕분에 연속학습 기록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듀오링고의 공로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수의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앱들을 여럿 사용하고 있고, 중국어만 익힐 수 있는 앱 하나와 일본어만 익힐 수 있는 앱 서너 개를 사용하고 있다. 어느 앱을 열어봐도 모두 듀오링고 보다는 구성 면에서 낫다. 그럼에도 그 모든 앱들을 매일 열어서 사용하지는 못하는데, 듀오링고 만은 거의 매일 한 번은 열어보게 된다. 앱의 아이콘 자체가 뻘겋게 달아올라서 열을 내기도 하고,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듀오링고의 성공 요인인 것 같다.
거의 1년 가까이 듀오링고 유료 결제를 거부하고 무료로 쓰고 있는데, 듀오링고 측에서 정책을 바꿔서 점점 더 사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하트가 없어지는 방식으로 기본 제공 하트가 5개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 점수를 25점을 주면서 문제 하나를 풀 때마다 1점을 차감한다. 한 챕터에 약 20문제 정도로 매일 접속할 때 제공되는 25점은 한 챕터를 풀면 거의 없어진다. 물론 중간중간에 가끔 2~3점 정도를 추가로 줘서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애매한 점수인 8~9점 정도가 남도록 만든다. 그래서 다음 챕터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어도 15점 이상은 되어야 확률적으로 다음 챕터를 다 풀 수 있는데, 10점 미만으로는 풀다가 중간에 점수가 다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거의 1년 가까이 듀오링고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연속학습 기록도 몇 차례 초기화 될 위기가 있었다.
최근에 듀오링고 패밀리가 생겼다. 알고 보니 친한 지인이 본인 어머니를 위해 패밀리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본인과 어미니 이렇게 두 명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듀오링고 패밀리 요금제는 최대 5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돈을 낸 거라면 두 명만 쓰기 보다는 다섯 명이 함께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그래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새로운 패밀리가 만들어졌다. 세 명이 그 패밀리에 합류한 것이다. 그 중 한 자리가 나에게 주어져서 나도 아주 오랜 만에 무제한으로 듀오링고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꽤 오랫 동안 겨우 25점 주어지는, 그래서 겨우 한 챕터 풀고 나면 다 사라지는 악랄한 정책 때문에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던 듀오링고를 다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그 기간동안 다른 외국어 익힘 앱들에게 더 익숙해져서 듀오링고 따위 별로 가치도 없는 앱은 무시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연속학습 기록은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패밀리 멤버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듀오링고에 대한 애정을 아주 조금만 더 끌어올려 보기로 했다.
죽음, 슬프고 허망한
낮에 일을 하다가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소식을 올리지 않았던 어느 카톡 방에 새 소식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일을 하던 중이라 바로 확인하지는 못했고,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서 봤는데, 누군가의 부고 소식이었다. 해당 소통방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들어가서 일했던 환경단체의 동기 방이었다. 교육기수로 동기였던 우리는 약 50명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모였었다. 나이도 그 당시에 40대부터 1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경력도 천차만별이었다. 언론사 기자 출신들이 좀 있었고, 이런저런 기업 출신들도 있었으며, 다른 시민단체 출신들도 있었다. 나이도 경력도 달랐지만, 우리는 잘 뭉쳤고 다른 선배 기수들과 달리 친하게 잘 지냈었다. 물론 초기에만 그랬고, 시간이 지나며 대다수가 해당 환경단체를 떠나며 동기 모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지난 달에 열렸던 공익활동 박람회 자리에서 우연히 해당 단체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내가 11기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들이 아주 깜짝 놀라며 본인들이 30 몇 기라고 했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기수를 밝히지 말 걸 그랬구나. 그래 벌써 25년은 훌쩍 지났지.
이 카톡 소통방이 만들어 진 것도 어느 날 어느 동기의 부고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신입활동가였던 시절에 포항에서 활동했던 그 동기는 귀엽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내 기억 속에는 그렇게 귀엽게 웃는 모습으로만 남아 있었던 그는 채 50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었다. 그리고 어제 우리보다 더 어렸던 그때 당시에 20대 초반이었던 여성 동기 한 명이 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그 방에 올라왔다.
사실 그와 별로 친하지 않았기에 그닥 추억이 없었다. 그저 다같이 모였던 몇몇 자리에서 보았던 모습들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아는 사람의 죽음은 아주 강하게 마음에 남았다. 어쨌든 동기라는 이름으로, 한때 함께 여러 현장을 누비며 함께 투쟁했던 동지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고, 허망하게 느껴졌다. 왜 다들 이렇게 빨리 가는 건가? 젊어서 그렇게 고생했으면, 이제는 조금 편하게 세상을 살아도 될텐데.
그 방에 동기들 전부가 들어와 있지는 않다. 그 방을 만든 이가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을 초대했고, 몇몇 동기들이 자신이 연락처를 갖고 있는 다른 동기들을 추가한 방이다. 그래서 아예 소식을 모르고 살고 있는 동기들도 제법 있다. 우리가 모르게 누군가 또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이 방은 평소에는 그닥 소식이 올라오지 않고 조용하다가 이렇게 누군가의 부고 소식이 전해질 때에만 다들 한탄하고 탄식하며 슬퍼하는 방이 될 것 같다. 언젠가 나의 죽음에도 그들은 슬퍼하고 한탄하고 탄식하겠지. 그렇게 애도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더 많은 이들이 소천하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들 바쁘겠지만, 언젠가 그 옛날 젊은 시절처럼 만나 떠들고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