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스트레스


3월의 마지막 주 주말이 되어서야 드디어 총회 시즌이 끝났다. 지난 주는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지치고 힘든 한 주였다.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지막 총회를 앞두고 뭔가 아쉽고, 뭔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현실적인 한계들에 계속 부딪혔다. 결국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로 그걸 인정하기까지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함께 총회를 준비했던 동지이자 친구는 며칠째 두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나는 살면서 두통을 심하게 느낀 기억이 없지만, 예전에 애들 엄마가 편두통으로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았기에, 이 두통이란 증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두 가지 통증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극심한 피로감이다. 평일에 밤 늦게까지 혹은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기도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몸이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이 탓도 있을 것이고,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또 최근에 피로를 이유로 운동을 안 하고 있어서 그게 원인일 수도 있을텐데, 지난 주에 정말 며칠동안 피로감이 너무 컸다. 평일에 좀 무리를 하더라도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면서 피곤을 풀어야 하는데, 계속 주말에도 일정이 생겨서 푹 쉬지 못한 것도 원인일 것이다.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가끔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의 쪽글들을 읽기 위해 페이스북을 뒤진다. 그러다 어느 지인이 올린 '불광천 벚꽃 마라톤' 소식을 보았다. 이번이 세번째 대회인데, 그는 첫회부터 올해까지 세 번 모두 참여했었다고 적었다. 나는 작년 이맘때 두 번째 대회에 참여했었다. 대회장에서 이 글을 올린 그와도 마주쳤었다. 그때 나는 혁신파크 매각 반대 몸자보를 메고 달릴 예정이었고, 그도 이 몸자보를 함께 메고 달리겠다고 해서 몸자보를 전달하고 돌려받기 위해 만났었다. 작년 대회 때는 정말 최악의 몸 상태로 참여했었다. 전날 중요한 일정이 있었고, 새벽까지 몇몇 사람들과 토론이 이어져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달리기에 참여했었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었다. 달리기 중에 김미경 구청장과 황영조 씨가 여러 명의 경호원들에게 둘러 쌓여 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 앞에서 몸자보가 보이도록 항의 액션을 하다가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었다. 결국 원하는 만큼의 항의 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괜히 오버하다가 쫓겨나기 보다는 완주해서 결승선에 모인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혁신파크 매각 반대"를 외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리고 구청장 일행을 제치고 떠났다. 그리고 생각했던대로 결승선에서 아주 큰 소리로 세 번 외쳤다. 당시 결승선에서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 힘을 짜내는 참가자들을 독려하던 사회자는 내가 외치는 소리에 조금 당황에서 처음엔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내가 세 번을 외치고 나서야 비아냥 대는 말투로 "네, 잘 알겠어요." 라고 말했었다. 암튼 올해 대회는 전혀 소식을 접하지 못했었다. 보통은 작년 참가자들에게 문자로 올해 대회 소식을 알리는데, 다른 대회들은 대부분 그러던데, 이 대회는 접수 소식 자체를 모르고 지나쳤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아직 대회 신청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정보를 찾는 것조차 안 했었다. 작년에는 따뜻한 봄에 대회를 뛰어보고 싶어서 겨울에 자주 달리기 대회 정보를 찾아다녔었다. 그때는 개인 기록 갱신에 좀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작년 봄 양천마라톤에서 개인 기록을 세웠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늦가을부터 달리기에 대한 내 열정이 조금 식어버린 것도 같다. 그 전까지는 26년에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고, 가끔 20킬로미터 정도 거리를 달리기도 했었는데, 늦가을부터는 짧은 거리만 가끔 달릴 뿐, 10킬로 정도의 마음만 먹으면 그냥 달릴 수있는 거리조차 시도를 안 하고 있었다. 갑자기 기억났는데, 그때 즈음에 어느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었고, 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가비 입금 요청을 놓쳐버려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뒤늦게 참가비 입금 마감일이 지난 후에야 그 연락이 왔었다는 것을 보고 주최 측에 연락해봤는데, 이미 시간이 지나버려서 방법이 없다고 답이 돌아왔었다. 그래, 이거 때문에 내 마음에서 달리기가 잠시 멀어졌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4월이니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야겠다. 대회 소식도 좀 알아봐야지.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스트레스를 막을 방법도 없다. 점점 늙어가는 몸으로, 점점 스트레스에 취약한 몸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운동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 달리기도 다시 시작하고, 운동도 다시 해야지. 매일 피곤하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둬야지.


전쟁


분단된 나라에 살면서, 오래 전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거의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구 전체를 두고 본다면 아마 인류 역사상 전쟁이 아예 없었던 시기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작은 국지전이나 내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역들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이 시기에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 다행이라 여길 수있을 것이다. 다만 군인으로 복무했던 기간은 아쉽다. 2년 2개월이라는 기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전체로 보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일 수 있는데, 내 인생의 일부를 사람을 죽이기 위한 병기로서 살았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었고, 스스로 인격을 가진 인간이 아닌 그냥 하나의 물건으로 나 자신을 규정하고 살았던 시간이었다. 


최근 전쟁 때문에 종량제 봉투가 품절 상태라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 실제로 동네 편의점에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을 읽기도 했었고, 어제 총회를 준비하면서 누군가에게 종량제 봉투 하나를 사오라는 부탁을 드렸었는데, 그가 근처 가게 세 곳을 돌아봤지만, 모두 물량이 없다고 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보고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북한의 핵 도발과 분단 현실에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르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미국에서는 뭔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마트를 털어서 생필품을 사재기 한다고, 그 중에서도 특히 화장지를 사재기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었다. 중동의 전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그로 인해 한국에서 종량제 봉투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이를 사재기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 참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지금 내 삶의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먼 나라의 전쟁 이야기에 마음을 쓰기가 어려운 현실이지만, 뉴스를 볼 때마다 계속 마음에 걸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죄 없는 생명이,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구나. 결국 욕심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인간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잘만 살아가는데, 힘 없는 약자들만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정치와 에너지


지방선거 때문에 분주한 사람들의 소식이 간간히 들린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정당은 우리나라 선거법과 정당법 상 아직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창당하자마자 헌법 소원을 냈었는데,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 이상인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정족수인 6명 미만이라 결국 기각 판정을 받았었다. 현실적으로 법외 정당이 선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단 세 개 밖에 없는 지역정당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우리 당도 이젠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뭔가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


작년 4월 스페인 대정전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보고서가 드디어 나왔다는 소식을 읽었다. 그간 대부분이 재생에너지를 원인으로 지적해왔는데, 공식 보고서에서는 단순하게 하나의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가 원인이 아니라고 밝히며,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력망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일이고, 결론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전력망이 문제였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소식을 인용해 전하는 우리나라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망 자체도 분산형으로 유연화되어야 하는데, 전력망은 여전히 낡고 변하지 않는데, 에너지원만 변하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1년에 블랙아웃을 겪고 정부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한 일은 아주 단순히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리는 일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었고, 그래서 세계적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다. 왜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요 관리와 망의 유연화 자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니, 모두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정책은 돈 많고 힘 있는 자들이 결정하는 법. 결국은 업자들과 거기에 붙어서 기생하는 전문가 라는 인간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으로 흘러온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멍청한 인간이 물러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여전히 에너지 정책은 문제 투성이다. 아니, 핵발전소를 다시 늘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핵은 결코 친환경 에너지원도 아니고 안전한 에너지도 아니며 경제성 있는 에너지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떠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도 구청장과 국회의원 시절에는 저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떠들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장관이 되더니 멍청해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왜 정부가 핵을 다시 외치기 시작하는가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에너지 정책을 결정해온 핵 카르텔이 여전히 너무나도 견고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본인의 공약을 뒤집으면서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긴 시간 인구에 회자될 코메디를 펼쳤다. 탈핵은 선언했지만, 핵발전소는 계속 짓겠다는 공언이었다. 이게 사람들이 웃으라고 일부러 한 말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결정한 에너지 정책이었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문재인도 그렇고 이재명도 결국은 핵 카르텔에 굴복한 것이다. 그리고 굴복한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히 표 때문이다. 보수 정당인 민주당이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본인들의 정체성에 딱 맞는 너무 당연한 행태이고, 저쪽 빨간당 지지세력에게서 조금이라도 표를 빼앗아 오기 위해 핵 카르텔과 손을 맞잡은 것이리라. 아니 굴복한 것이리라. 그래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SMR 같은 것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떠들어 댄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여의도 국회 앞에 SMR 단지를 만들어라. SMR 이 소형이라고 마치 유연화 자원인 것처럼, 마치 경제성이 좋은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경제성이 좋으려면 대량 생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량생산 하려면 한 두개만 건설해서 될 것이 아니고 단지 형태로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지어야 한다. 이래놓고 유연화 자원이라고? 아니 그리고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이건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핵발전소다. 3월 11일에 후쿠시마 핵사고 15주년을 맞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전혀 손도 대지 못하고 사고 현장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모르는 척 하겠다는 건가? SMR 을 단지 형태로 운영하면 결국 고리(신고리 포함), 월성(신월성 포함), 울진(공식명칭은 한울, 신한울), 영광(공식명칭은 한빛)과 같이 대단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기존 핵발전소와 SMR 은 과연 뭐가 다를까? 차라리 기존 핵발전소는 나름 건설과 운영방식이 검증된 것이라고 본다면,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것을 떠들어 대는 모습은 참 어이없다. 결국 국민들을 바보로 생각한다고 여길 수밖에. 


지난 주 목요일이 마감이었던 발제문을 총회를 핑계로 미뤄두었다가 이젠 더 미룰 수 없어서 사무실에 앉아 있다. 그런데 정작 발제문은 쓰지 않고 정보만 찾아보다가 이 글을 쓴다. 얼른 발제문을 쓰고 집에 가서 쉬어야 내일 또 일을 할 수 있을텐데. 딴 짓 그만하고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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