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건만, 이 놈의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른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더운걸까? 그나마 해가 지고 나면 바깥은 좀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집에만 들어오면 여기는 그냥 찜통이다. 한창 더울 때에는 온 세상이 찜통이었는데, 그나마 이젠 세상은 조금 시원해졌다. 세상이 시원해지면 뭐하나, 밖에서 잠을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아, 예전에 80년대, 90년에는 여름에 집 밖에 돗자리 깔고 잠을 자기도 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집집마다 돗자리 깔고 자는 장면이 나왔었다. 역대 가장 더웠던 여름인 94년이 배경이라 그 장면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암튼 요즘 시대에 밖에서 잠을 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집에서 좀 제대로 자고 싶은데,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일상생활에 영향이 크다.
지난주에 어느 모임 진행을 맡아서 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름 휴가, 다른 하나는 나만의 폭염 대책.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휴가 상황이나 여행지의 특징을 잡아 그리도록 안내했고, 아직 휴가를 못 갔지만 갈 예정인 분들은 가기로 한 곳이나 가서 할 일을 그리고, 아직 예정도 없는 분들은 원하는 휴가를 그리시라고 했다. 두번째 주제는 여름 내내 나의 고민이자 극복하기 어려운 어려움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과연 어떻게 이 폭염을 견디고 버티고 계신지 궁금했기 때문에 넣었다. 이날 확실히 느꼈는데, 내 주변 지인들은 여전히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 이 유래 없는 더위에 정말 신기한 일이다. 대체로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이용하는 것, 자주 샤워하고 아이스 팩을 이용하는 것 등의 방법들이 나왔다. 나도 몇 년째 이용하고 있는 방법들인데, 뭔가 새롭고 신박한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 있었는데, 그런 방법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실 나만의 폭염 대책 중 하나는 야근이다.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면 집이 너무 뜨거운 찜통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신기하게 일터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편이다. 낮에는 에어컨을 켜야 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굳이 켜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케틀벨 운동 모임
운동모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 세달째 들어갔다. 처음에는 케틀벨 운동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해 약간 마지못해 시작한 느낌도 있었는데, 한번 두번 모임을 이어가면서 나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느낀 것은 주제가 무엇이든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참여하는 분들도 내가 차분하게 자세히 잘 알려준다는 점을 얘기해줬다.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모임이 나에게 충분한 운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운동 경력과 체형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가르치다보니 티칭 능력은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사실 나는 케틀벨 스윙이라는 쉬운 운동을 제대로 못한 경험이 없어서 50대 언니들이 이 쉬운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을 바로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자세가 틀린 것은 알려줄 수 있지만, 이 자세를 어떻게 교정해야 할 지, 왜 이런 자세가 나오는 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고, 나도 그 자세를 따라하면서 하나씩 원인을 찾아 교정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다들 가장 큰 과제는 체력 향상이었다. 그래서 조금 힘든 맨몸 운동들을 워밍업으로 넣어서 체력을 확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나도 똑같이 힘들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나도 모임 이후에 일부 근육통을 느낄 정도였다. 재미있었다. 그전까지는 이 모임에서 나는 주로 시범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역할에 치중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운동이 되지는 않았는데, 이젠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니 나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와의 운동모임이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확실히 재미가 있었던 것인지, 참가자들이 다른 지인들에게 이 케틀벨 운동모임이 너무 재밌다거나, 좋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나에게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알려주는 입장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다.
12연패 탈출
하필 2주쯤 전부터 막 너무 바빠져서 야구를 보지 못했다. 그전까지 주중 6경기 중에서 대체로 너댓 경기는 보곤 했는데, 이렇게 일주일에 한 경기도 못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내가 경기를 못 보고 지나치기 시작한 시점부터 롯데 자이언츠는 연패를 시작했다. 12번을 연속으로 내리 진 것은 아니었고, 중간에 두 번 비긴 경기가 있었다. 2무 12패를 하면서 단 한번도 승을 올리지 못했다. 팀이 이렇게 오래 연패를 한 것이 20년 넘은 기록이란 이야기도 들렸다. 당연히 순위도 3위에서 떨어졌다. 5위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연패를 끊으면서 다시 4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사실 지지난 주엔 너무 바빠 야구를 볼 여유가 없었지만, 지난 주에는 억지로 보려고 하면 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계속 연패를 하는 상황에서 야구를 보고 기분이 나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는 경기를 보면 괜히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니까. 이젠 연패를 끊었으니 다시 야구를 볼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물류창고 야간 일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 이래저래 맡은 일들도 많아서 점점 더 바빠질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짬을 내어 야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