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내가 광택이란 가수의 곡 공심 空心 이란 곡을 펑티모와 완쯔요 라는 두 명이 부른 버전으로 자주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그 글에 서재 이웃 잉크냄새 님께서 댓글로 여러 중국 노래들을 추천해주셨다. 하나씩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곡을 찾아들었다. 과연 한 곡도 뺄 것 없이 다 좋은 곡이었고, 딱 내 취향이었다. 아니, 잉크냄새 님께서는 어떻게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아시고 추천한 걸까 하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추천하신 건데 내게도 와닿은 것이 아닐까 라고 추측했다. 자, 한 곡씩 노래를 알아보자.
成都
잉크냄새 님이 소개해주신 노래 중에 제일 처음 곡은 자오레이 赵雷 의 청두 成都 였다. 청두는 중국 서쪽 쓰촨성의 도시 이름이다. 노래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자오레이 라는 가수의 저음이 무척 잘 어울리고 좋았다. 노래 가사를 찾아보기 전에 그냥 들었을 때부터 청두 라는 도시를 그리워하는 느낌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사를 찾아보니 딱 그랬다. 처음엔 병음이 나오는 버전으로 듣다가, 당연히 내 실력으로는 뜻을 알 수 없어서 이미 올려진 번역 영상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신기하게 예전에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자주 보았던 김성민 중국어 라는 채널에 이 노래 가사를 알려주는 영상이 있었다. 반가웠다. 이 김성민이란 아저씨, 선생님이나 강사님이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이 분의 강의 영상이 재미있어서 계속 돌려보다가 나 혼자 친밀감을 느끼게 되어서, 약간 옆집 아저씨 느낌으로 불러보고 싶어서, 굳이 아저씨 라는 표현을 써본다. 자, 내글은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가 다시 원래 내용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잠시 청두 노래 얘기는 옆으로 살짝 옮겨두고 이 재미있는 아저씨의 중국어 강의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중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두 가지는 성조라고 부르는 말의 높낮이 차이와 한자 라고 생각한다. 한자는 음, 워낙 많은 글자를 알아야 하는데, 복잡한 글자들도 많고 헷갈리는 글자들도 많다. 나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한자 수업을 받은 세대인데도 글자를 많이 알지 못한다. 열심히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중국어를 배울 때 이걸 좀 후회했다. 사실 당시에는 신문에도 중요한 단어들은 한글이 아니라 한자로 적어놓았었고, 책도 마찬가지였다. 전공서적들은 한글보다는 한자 단어가 훨씬 많았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한자를 잘 모르면 일단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는 한자를 많이 아는 친한 법학과 선배들에게 책에 있는 한자들에 한글로 음을 적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전공서적은 두껍고 한자가 엄청 많아서 그걸 일일이 음을 적어주는 일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당시 친했던, 그래서 자주 술을 사주곤 했던 선배들은 귀찮은 내색도 없이 음을 달아주곤 했다. 사실 이때라도 한자 공부를 꾸준히 했어야 했는데, 그냥 내가 가진 훌륭한 인적 자원으로 해결해버려서 두번째 한자 공부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미 옆길로 잠시 빠졌는데, 여기서 한번만 더 빠지면, 당시 가장 친했던 법대 선배가 있었다. 학교 앞 언덕을 오르면 그 언덕 중턱에 그 선배의 자취방이 있었다. 쌍둥이였고 둘이 같이 우리학교를 다녔다. 나는 둘 중 형이랑 친해졌고, 동생인 분과는 끝내 친해지지 못했다. 그 선배는 자주 술을 사주셨고, 술을 마시다가 늦어져 막차가 끊기면 본인 자취방에 재워주셨고, 아침이 되면 학교 식당에서 밥도 사주셨다. 심지어 매점에서 담배를 사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나와 나이 차이도 제법 나고, 복학생에 고학년이라 사법고시 공부하느라 엄청 바쁘셨을텐데, 내 공부를 자주 도와주셨다.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궁금해진다.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담배도 사주고, 재워주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주구장창 그랬으니. 뭐 가족이나 연인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나중에야 생각하게 되었다.
한자 이야기를 했으니 성조 이야기를 해야지. 이제서야 곁가지로 빠진 저 김성민 아저씨 이야기가 나온다. 아, 잠시만 한번만 더 곁가지로 빠졌다가 돌아오자. 중국어를 처음 배웠던 것은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베이징 출신 유학생 덕분이었다. 나는 중국어를 배울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 유학생의 생활비 때문에 사람들을 모아 중국어 강의를 만들자는 어느 선배의 강권에 의해 참여하게 되었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다들 바쁘다고 다 그만둔 후에도 나만 마지막까지 남아 수업을 들었다. 막상 배워보니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중국어 대해 얘기할 때 내가 부산 사람이라서 성조가 조금은 익숙하고 재미 있어서 중국어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김성민 아저씨가 아마도 부산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하는 영상을 보면 처음에 그 얘기를 한다. 부산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고. 이 분은 본인이 중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중국에 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중국어를 잘 익혔는지 이야기 하면서 절대 공부하지 말라고 한다. 이건 그냥 언어를 익히는 것이고 그건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영어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긴 시간 영어를 배웠지만, 정작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영어를 익힐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이 아저씨의 강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이 분이 늘 하는 말, 가장 자주 하는 말은 필기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보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 분의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들었다면, 과연 나는 중국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현실의 나는 영상으로 한동안 강의를 봤지만, 딱 그때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그러다 몇 년 후에 생각나면 또 잠시 들여다보고, 또 한 몇 달을 흘려보내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중국어를 완전히 잊지 않는 것은 노래와 영화 덕분이다. 자주 듣는 노래들. 좋아하는 영화들 때문에 잊고 있다가도 다시 중국어를 다시 익혀야지 생각하는 것이다.
자, 이제 다시 청두 노래로 돌아와서 김성민 아저씨가 알려주는 가사의 내용은 짐작했던 대로 청두라는 도시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이 아저씨가 부산 사투리로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이 영상을 보면서 부산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서울말로는 혹은 다른 어느 지역 사투리로는 이 느낌을 살리기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네이티브로서 부산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김성민 아저씨 말로는 이 노래가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관광객들이 이 도시에 올 때마다 택시를 타고 노래 가사에 나오는 위린루 玉林路 라는 곳으로 가자고 한단다. 근데 이 위린루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로, 북로 등 많이 있어서 택시 기사님들이 곤란해 한다고. 그리고 위린루 중에 유명해진 카페 거리가 있는데, 거기 가면 샤오지우관 小酒馆 이 잔뜩 있는데, 다들 가게 이름이 따로 없고 간판이 그냥 小酒馆 이라고. 관광객들이 다들 택시 타고 위린루에 小酒馆 을 가달라고 하는데, 거기 가면 그 가게가 너무 많아서 택시 기사님들이 곤란하시다고. 무슨 얘기인지는 노래 가사를 들어봐야 알 수 있다.
好久不見
잉크냄새 님이 알려주신 두 번째 노래는 천이쉰 陳奕迅 의 하우지우부지엔(오랜만이야) 好久不見 이라는 곡이다. 처음 소개한 청두 랑 분위기가 비슷했다. 피아노 반주 하나에 저음으로 시작하는 곡은 조용하게 슬픈 느낌을 품고 있었다. 뒤로 가면서 현악기 반주가 더해지며 한층 그 슬픔을 더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약간 절제라고 할까 더 큰 슬픔까지 가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한다. 나는 이 점이 참 좋았다.
이 곡도 가사를 찾아봤다. 노래의 첫 소절이 ˝네가 사는 도시에 와서 네가 걷던 거리를 걸었어.˝ 였다. 앞의 곡 청두 가 도시를 그리워하는 내용이고, 이 곡은 과거의 연인을 그리워하는데, 그가 작중 화자와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를 찾아온 것이다. 이 두 곡 모두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은 모르지만 잉크냄새 님께서는 중국에서 이런 곡들을 들으며 고향과 그 고향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했던 것은 아닐까 상상해봤다.
至少還有你
세번째 노래는 린이롄 林憶蓮 의 쯔샤오하이요우니 至少還有你 였다. 제목을 우리 말로 옮기면 적어도 아직 나에게는 당신이 있기에 라고 할 수 있을까? 가사를 찾아본 영상에서는 그냥 간단히 당신이 있기에 라고 옮겼더라. 일단 린이롄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첫 소절부터 너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이거 분명 아는 노래인데, 나는 린이롄이란 가수는 몰랐다. 그런데 노래는 분명 엄청 자주 들었던 곡이었다. 그랬다. 이 노래는 내가 즐겨듣던 펑티모가 엄청 자주 불렀던 곡이었고, 그가 부른 여러 버전의 영상을 보고 들었던 내 입장에서는 엄청 익숙한 곡이었을 수 밖에. 펑티모의 음색에 익숙한 나에게 이 원곡은 느낌이 좀 달랐다. 펑티모는 뭐랄까 좀 더 신나게?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발랄하게? 아니 그것도 아닌데, 딱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지만 좀 더 활달한 느낌으로 불렀다면, 원곡은 훨씬 차분하고 아련한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원곡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펑티모가 곡 해석을 잘 못했거나, 본인이 나름 다른 느낌으로 해석해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혹시 다른 가수가 부른 버전이 없나 찾아보는데, 와!세상에. 장국영이 부른 영상이 있었다. 장국영의 목소리로 듣는 이 곡은 또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장국영의 음색은 훨씬 더 깊으면서도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노래 가사가 훨씬 더 와닿는 음색이라고 해야할까. 특히 후렴구로 들어가는 부분, 온 세상을 포기하더라도 당신이 있기에 내 사랑은 가치가 있다는 부분이 원곡인 린이롄이 부른 것과 펑티모가 부른 것보다 훨씬 공감이 되었다.
계속 펑티모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가사를 찾아볼 생각을 못했는데, 가사는 그냥 들었던 느낌과는 완전 달랐다. 앞서도 말했듯 펑티모의 노래는 뒤로 갈수록 조금 빠르고 그래서 이런 가사일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가사 중에 당신의 머리카락에 백설이, 그러니까 흰눈이 내린 흔적이 있다는 부분을 들으며 거울을 보았다. 흰 머리가 가득한 내 모습이 딱 가사 속의 인물이었다.
练习
다음 노래는 류더화 刘德华 의 연습 练习 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그 잘 생기고 유명한 배우 유덕화의 노래였다. 와! 유덕화라는 배우의 영화를 엄청 많이 봤을텐데, 노래는 처음 들었더니 음색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저 앞에 장국영이 부른 노래를 언급했는데, 비교하면 장국영은 감정을 잘 담아 나쁘지 않게 노래를 부르는 배우라는 느낌이었고 유덕화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였다. 하지만 나는 그저 한 곡씩 밖에 안 들어봤으니 제대로 된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 장국영이 부른 다른 노래들도 많을테니 나중에 천천히 들어봐야겠다.
이 노래는 일단 가사를 찾아보기가 조금 번거로웠다. 우리말 가사 뜻을 찾으려고 제목인 练习 에 번역이라고 검색했더니 말그대로 번역 연습에 대한 영상들만 잔뜩 나왔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영상들 중에 한자와 병음이 함께 나오는 걸 찾아 보았다. 나중에 제목에 가사 라고 검색해보니 우리말 해석이 담긴 영상이 하나 나왔다. 여러 노래들을 찾다보니 중국어 학원에서 운영하는 채널들 중에 노래 가사 해석 영상이 많았다. 이 노래까지 잉크냄새 님께서 추천한 노래들을 찾다보니 대체로 분위기가 비슷했다. 공통된 느낌은 역시 그리움이라고 느꼈다.
后来
다음 노래는 류뤄잉 劉若英 의 호우라이 后来 였다. 어, 이 곡도 뮤직비디오를 틀자마자 분명 들었던 노래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 곡은 특정한 누군가의 영상을 많이 보고 들었다기 보다는 워낙 유명한 곡이라 나도 들어본 곡이었던 것 같다. 가수 류뤄잉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매력적이었다. 가창력이라는 단어로 생각해보면 독보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느꼈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한글 자막이 있어서 따로 가사 해석을 찾아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찾아보았다. 확실히 내가 알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노래가 맞았다. 지금까지 찾아본 다른 어떤 노래보다 우리말 해석 영상이 많았다. 이건 이번에 잉크냄새 님의 추천곡만이 아니라 내가 평소에 궁금해서 찾아보는 다른 중국노래들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어떤 공연 영상을 보았다. 류뤄잉이 마이크에 산, 얼, 이 라고 숫자를 세면 관객들이 호우라이 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노래 간주 부분에서 지금 이 공연이 2년 동안 53번의 공연이라며, 더불어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류뤄잉은 다시 노래를 이어부르다가 갑자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노래가 끊겼는데, 맨 처음 노래를 관객들이 소위 말하는 떼창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끊어진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이어불렀다. 멋진 장면이었다. 만약 저 공연장에 있었다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생각해봤다.
이 노래는 처음에 일본 노래였다고 한다. 그걸 중국어로 번안한 곡이 지금 이 노래라고 했다. 그래서 원곡인 일본 노래도 찾아봤다. 키로로 キロロ 라는 오키나와 출신 여성 듀오가 부른 미라이에 未来へ 라는 노래가 원곡이었다. 들어보니 둘은 곡의 분위기도 달랐고, 가사의 내용도 완전히 달랐다. 원곡은 밝고 맑은 음색으로 미래의 희망 같은 것을 노래하는데 반해, 호우라이 는 후회와 아쉬움이 묻어나는 음색으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호우라이 라는 곡 제목이자 노래의 첫 단어가 원곡의 첫 단어 호라 ほら 라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어 호라 는 ˝자,˝ 이렇게 누군가를 부르거나, 청중들을 주목하도록 말을 떼는 표현이다. 그 뒤로는 내용이 완전히 다른데, 이 첫 소절 첫 단어를 비슷한 소리로 옮긴 재치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중국어 버전을 한국어로 번역해 부른 노래를 찾아 들었는데, 여기서도 후에 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비슷한 소리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이 호우라이 라는 단어가 나중에 혹은 그 이후로 라고 옮길 수 있을 텐데 그걸 우리말 후에 라는 단어로 옮겨서 뜻도 소리도 잘 살린 훌륭한 번역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유튜브에 리스트를 하나 만들었다. 키로로의 원곡과 류뤄잉의 곡과 방금 찾은 한국어 번역 버전까지 담아서 나중에 비교해 듣기 위해서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가수들의 커버곡들을 찾아서 추가할 생각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좋아하는 노래의 다른 언어 커버곡들을 찾아 리스트를 만들어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많은 언어의 커버곡을 찾았던 것은 데스파시토 였는데 몇 개의 언어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여러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이번에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부르는 영상을 찾았다. 중국어로 메이리야 美依礼芽 라고 하고 일본어로 메리야 メイリア 라는 활동명을 쓰는 일본 가수가 불렀다. 어느 공연 현장이었는데 중국이어서 일본 가수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앞부분을 중국어로 부른 후 일본어로 이어부르길래 누군지 찾아봤다. 본명이 마즈하시 마이라는 가수로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한 것 같았다. 암튼 공연 영상에서는 중간에 후렴구로 가면서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 어느 건물에 수백명의 학생들이 이 호우라이 라는 중국어 노래를 떼창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서 메리야가 다시 노래를 중국어와 일본어를 바꿔가며 불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 영상 설명에 있는 중국어를 번역기에 넣어봤다. 자세한 설명이 있지는 않았는데, 어느 학교의 여름 졸업식 장면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수백명이 노래를 부르는 건물은 기숙사인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중국이 아닌 대만의 학교라고 생각했다. 앞서 원곡과 중국판 번안곡인 이 곡의 가사를 보니 일본 원곡은 확실히 졸업식에 어울릴 곡인데, 류뤄잉의 이 곡은 가사 내용으로는 졸업식에 어울릴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일본 문화에 친숙하고 반일 정서가 약한 대만의 어느 학교에서 일본 문화의 영향으로 이 곡을 그러니까 원곡을 부르기는 어려우니 자신들이 잘 아는 곡으로 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해 본 것이다. 물론 아무 추가 정보 없이 그냥 추측한 것이라 아닐 확률이 더 높겠지만.
마지막으로 이 곡의 가수인 류뤄잉이 아마도 이 곡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 지어야겠다. 호우라이더워먼 后来的我们 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2018년에 개봉했는데 가수인 류뤄잉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제목은 [먼 훗날 우리] 라고 옮겼더라. 찾아보니 넷플릭스에 있었다. 추가 정보를 보니 유명한 배우들이 나왔고, 우리나라 리메이크 버전 영화도 있었다.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근데 이 우리나라 제목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우라이 노래 가사 해석 영상을 볼 때 호우라이 라는 표현은 어떤 특정 시점 이후에 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봤다. 그럼 먼 훗날의 우리가 아니라 예전에 우리가 같이 했던 어느 날 이후 다시 만난 우리라는 뜻이 아닐까? 그게 엄청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먼 훗날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먼 훗날이란 단어는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십여년, 수십년 후라는 느낌이 먼저 드는 단어다.
언젠가 한번은 글로 쓰고 싶은 주제가 엉뚱한 한국어 제목을 가진 외국영화들이다. 찾아보면 아주 많겠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 기준으로 [청춘 스케치](원제 Reality bites), [욕망의 대지](원제 burning plain) 등이 있다. 이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보고 이 두 영화만큼 좋은 영화라는 느낌이 들면 묶어서 글을 쓰던가 길어지면 따로 쓰던가 해야지. 아,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 라는 주제로도 엮어볼 수 있겠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 라는 노래로 만든 동명의 드라마이고, 음, 음 그 다음은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는데, 분명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노래를 바탕으로 내용을 만든 것은 대만 만화가 임정덕의 [영건] 이란 만화에서 처음 접했었다. 그는 각 장의 제목을 유명한 팝송 제목으로 붙여놓았었다. 오래 전 만화이고, 이제는 내용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각 내용이 해당 곡의 가사와 어느 정도 비슷한지, 아니면 곡의 느낌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에도 유명하다고는 해도 나는 모르는 노래가 대부분이어서 검증해 볼 생각은 못했었다. 암튼 이 만화의 영향으로 나중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몇몇 팝송을 각 장의 제목으로 해서 청춘 연애 소설을 쓰려고 시도했었다. 단편 분량은 아니었고, 장편으로 생각하고 써나갔지만 어딘가에서 막혀서 중단했고 나중에 한참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너무 유치해서 도저히 읽어줄 수가 없어서 그냥 버렸었던 기억이 난다. 피씨도 없던 시절이라 공책에 비뚤빼뚤 손글씨로 쓴 것이라 나중에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내가 쓴 것이니 어렴풋하게 대략의 내용은 떠올릴 수는 있다. 언젠가 내가 이 소설을 다시 시도해서 완성하고 그게 나중에 유명해져서 영화로 제작이 된다면 그때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물이 하나 더 늘어날 수 있겠네. 아, 이제 그만 써야지. 자꾸 길게 쓰다보니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구나. 자, 이제 일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