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이래?
지금 살고 있는 언덕 꼭대기 낡은 빌라로 이사 온 지 5년 6개월 가량 지났다. 이 집에 살면서 위 아래층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여러 번 겪었다. 아래 층에서 물이 샌다고 연락 받은 것이 총 3번, 위 층에서 우리 집으로 물이 샌 적이 한 번 있었다. 위 층에서 물이 샜던 경우에는 위층에서 누수공사를 해서 해결한 후에 물이 샌 자리 도배를 새로 해줬었다. 아래층에 물이 샜던 3번 중에 첫 번째는 지금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가벼운 문제였던 것 같다. 두번째 물이 샜을 때, 좀 심하게 새서 화장실 바닥을 다 깨부수고 새로 바닥을 깔았었다. 그리고 한 2년 가량 지난 최근에 다시 아래층에서 또 물이 샌다고 연락이 왔다. 아! 진짜 이 놈의 낡아빠진 집. 정말! 안그래도 피곤한 인생인데, 나한테 대체 왜 이래? 그새 집주인이 바뀌어서 새 집주인에게 2년 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물이 샜었고, 그때 공사를 했었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2년 전에 공사했던 업체 사장님이 이번에도 오셨다. 나도 기억을 못 했고, 그 분도 처음엔 기억을 못 하다가, 우리집 화장실을 보고서야 "어! 이거 내가 했던 건데." 하고 말하시더라. 제대로 된 세면대도 없는 우리집 화장실의 열악한 환경이 그 사장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었던가보다.
화장실에서 물을 쓸 때마다 물이 새는 것 같다고 했고, 사장님과 업체 직원 한 분이 우리 집과 아랫집을 여러 차례 오가더니 하수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시멘트를 부수는 드릴과 망치로 바닥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그 분들을 맞아 공사를 시작하는 걸 보고 출근했다. 씻지 못한 상태가 너무 마음에 걸려서 출근길에 근처 후배 집에 들러 씻었다. 나중에 연락 받았는데, 결국 두 군데 누수지점을 찾아 공사를 마쳤다고 들었다. 깨부순 바닥에 다시 시멘트를 발라 놓았으니 내일까지 장판을 덮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고, 화장실에서도 물을 쓰지 말라고 했다. 오늘과 내일은 씻지도 못하고, 집도 엉망진창일 거라서 아침에 잠시 들러 씼었던 후배 집에 하루 재워달라고 요청해놓았다.
수능 전날
내일은 수학능력시험 치는 날이다. 큰 아이가 내일 수능을 본다. 앞서 한 번 글에 적었듯이 아이는 최근에 몇 군데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고 면접과 실기시험 등을 보았었다. 아직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곳도 있고, 결과 발표를 했는데, 바로 합격하지 못하고 예비 합격자 순번을 받은 곳도 있다. 내일 수능 결과에 따라 정시에도 응시를 하겠지.
내가 대학 갈 때와는 제도 자쳬가 워낙 많이 바뀌어서 지금의 이 입시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너무 쓸데없이 복잡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겠지. 엄청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 합격도 못 했는데, 벌써 등록금을 걱정하는 것은 오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은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하는 날이다. 회의 자료 출력을 걸어놓고 지금 이 글을 빠르게 두드린다. 에휴 피곤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