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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브로맨스 ㅣ 브로맨스 북클럽 2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평점 :
2편이라고 되어 있는데, 1편은 안 읽고 이 책만 읽었다. 잘 생기고, 몸도 좋고, 돈도 많고, 유명한 남성들이 모여서 로맨스 소설을 읽는 북클럽이라니! 뭔가 무척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인 남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비중이 거의 없다. 주인공 남성의 친구이자, 주인공 여성의 형부인 사람만 조금 자주 나오고, 나머지는 등장하는 장면이 별로 없다 보니 이름을 외울 기회도 별로 없다. 거의 맨 마지막에서야 본명이 나오는 '러시아인'으로 불리는 사람이 그나마 확실하게 개성이 있게 그려져서 기억에 남을 뿐이다.
남성들이 삶의 태도와 연애에 대해 로맨스 소설에서 배웠다는 내용이 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중간쯤에 이 북클럽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 전직 경찰 할아버지가 로맨스 소설을 읽은 이후로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퉁명스럽게 대하기만 했던 할머니와 잘 풀려서 성공적인 연애를 하게 된다는 내용도 그럴 수 있겠지만,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책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게 꼭 로맨스 소설로 한정된다는 점이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면 나는 로맨스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소설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어느 장르나 로맨스는 있을 수 있다.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에도 로맨스는 들어가곤 하니까. 내가 읽은 책들 중에 로맨스 소설로 분류할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니 아주 어릴 때 읽었던 그 유명한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와 [닥터스]가 생각났다. 닥터스는 정말 재밌게 읽었고 아마 3번 인가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소꼽친구와 의사 놀이를 하는 도입부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주인공 여성이 티비에도 출연하는 유명한 음식점 사장의 직원 성폭행을 목격하고 그 사장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지지부진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걸 하기 위해 주인공 남녀가 협력한다는 내용인데, 막판까지 거의 하는 일이 없다. 그저 두 사람의 밀당만 계속 이어진다. 밀고 당기고, 밀어내고 다시 당기기를 반복한다.
두꺼운 책의 분량에 비해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이 너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밀도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긴장감도 그닥 없다. 저 악덕 사장을 응징한다는 스토리가 긴장감이 없으면, 주인공 남녀의 연애라도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 해냈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 밀당은 이어지지만, 결국은 잘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읽은 이유는 저 악덕 사장을 어떻게 응징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 보려고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는데, 그것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 다 떠나서 이 부분만 기막히게 잘 그려냈다면 점수를 후하게 쳐줄 수 있었을텐데.
주인공 여성이 지금까지 악덕 사장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던 사람들을 찾아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과정도 전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 여성과 그 언니 그리고 농장 할머니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로 잘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그 외 다른 인물들은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주인공 여성의 친구이자 이전 식당에서 잠깐 같이 일했던, 그리고 지금은 자기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너무 작위적이란 느낌이서 감정 이입하기 어려웠다. 절대적인 악인으로 그려지는 악덕 사장은 또 어떤가? 너무나도 나쁜 면모만 드러낸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분명 있을 수 있지만, 현실이라면 그런 사람도 어쨌거나 다른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주인공 남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뒤쪽에서 약간의 반전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임팩트가 너무 약하기도 하고, 그게 뭐 어때서? 왜? 뭐가 문제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겨우 그 정도 일로 왜 다들 난리인거야? 싶기도 하다. 아니 물론 현실이었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가 그리 쉬운 이야기는 물론 아니겠지만, 누구나 그런 과거 한 두개 쯤은 숨기고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암튼 이래저래 좋지 않은 평을 잔뜩 남기게 되었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1편이 궁금해졌다. 과연 1편은 2편 보다는 재미있을까?
아, 연애 소설을 읽고 나니 최근 친한 사람들과 나눈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최근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중 거의 절반은 이혼한 사람들이다. 일부러 그렇게 만나려고 한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어울리게 되었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나이는 중년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현재 연애 중인 사람이 한 명도 없네. 하긴, 연애 중인 사람이라면 연인과 시간을 보내느라 나하고 자주 어울리지 못 하겠지만. 얼마 전에 이 사람들이 전복을 싸게 구매해서 전복 파티를 열었다. 그 자리에 8명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 4명이 이혼한 사람들이었고, 3명이 미혼이었다. 딱 한 명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분을 10년도 훨씬 넘게 알고 지내지만, 어떻게 보면 이혼만 안 했을 뿐, 이혼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암튼 그 자리에서 여러 의견들이 많이 나왔는데, 결국 안 하는 것 보다는 해보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났다. 연애도, 결혼도 그리고 심지어 이혼도.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 실연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도 있었는데, 친한 후배 하나가 자신은 평생 단 한 번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어서 실연의 아픔도 겪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했다. 정말? 40대 중반의 나이에 한번도 연애를 못 해봤다고? 아니! 짝사랑이라도 해 본적이 있을 것 아닌가? 암튼 순간적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 앞에 얘기한 것처럼 안 해보는 것 보다는 해보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라면 실연의 아픔도 안 겪어 본 것보다는 겪어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일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