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주로 젊은 여성 분들이다. 젊지 않은 여성 분들도 가끔 오시지만, 구매하시지 않고 구경만 하고 가시거나, 구경한 것이 미안해서 아주 작은 상품 한 두 개를 사시거나 한다. 젊은 여성 분들은 이런 저런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하신다. 남성들이 혼자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여성이 들어오니까 따라 들어오거나, 끌려 들어오거나 한다. 매장에 하루종일 있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늘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어떤 질문에도 자세히 대답하려고 애쓴다. 나의 이런 태도 덕분에 잘 몰랐던, 관심 없어서 존재조차 몰랐던 상품들에 흥미를 갖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들을 본다. 오늘도 벌써 3명의 구경만 하러 들어온 손님들에게 몇 가지 상품을 자세히 설명해드려서 구매하시도록 했다. 대부분 내가 직접 사용해 본 상품들이고 그 품질을 보증할 수 있기에 자신있게 권했다.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 편인데, 매장에 손님이 들어오면 일부러 계속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 중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라 무포장 제품이 많고, 바코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포스기에서 해당 제품을 찾아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벌써 1년을 넘게 하고 있는데도 가끔 구매 제품이 많으면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나는 웃으며 제품을 찾아 입력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니 양해 부탁 드린다고 말씀드리고 포스기 화면을 열심히 살핀다. 그러면 대부분 네 대답하고 주위에 놓인 제품들을 더 둘러보곤 한다. 아까도 손님 한 분이 한 10개 정도 되는 제품들을 계산대로 가져와서 미리 시간이 좀 걸리니 양해해주십사 말씀을 드렸는데, 순간 너무나도 맑은 목소리와 너무나도 밝은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며 대답을 해주셨다. 그리고 계산대 앞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열심히 포스기 화면을 살피며 제품들을 찾아 입력하느라 바빴지만, 왠지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치고 금액을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카드를 내밀었다. 


별 것 아닌 웃음 하나가 참 사람 기분을 다르게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손님들은 현금이나 카드를 줄 때, 무표정이거나 딱딱한 표정이거나 가끔은 찡그린 표정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현금을 세느라 혹은 카드를 찾느라 그런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 역시 다른 가게에서 계산할 때 어떤 표정이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딱딱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매장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일부러라도 더 많이 웃는 표정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보면서 웃는 표정을 연습해야겠다.


또 달리기 이야기


요즘 어딜가나 누굴 만나나 계속 달리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근할 때에도 뛰고, 퇴근할 때에도 뛰고, 외부 회의를 가게 되면 3 킬로미터 이내의 거리는 뛰어서 간다. 가끔 버스 노선이 돌아가는

경우에는 오히려 뛰어가는 것이 버스를 타는 것보다 더 빠르기도 하다. 어제도 저녁에 토론회를 가는 길에 뛰었다. 한 2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라서 10~15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조금 피곤해서 천천히 뛰려고 했는데, 뛰다 보니 저절로 속력이 붙어서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다. 도착해보니 9분 걸렸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잠깐씩 걸었는데, 안 쉬고 계속 뛰었으면 조금 더 빨랐으리라.


도착해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데, 친한 동료가 오더니 "뛰어왔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응, 요즘 어디 갈 때마다 뛰어다녀." 라고 대답했더니, "운동 중독이구만." 하고 답이 돌아왔다. 나는 계속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호흡을 가다듬다가 "나랑 같이 달리기 할래?"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른 선배들도 땀 흘리는 나를 보며 한 마디씩 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저랑 같이 달리기 하실래요?" 물었다. 그들도 모두 고개를 저었다.


엊그제는 약 1.5 킬로미터 거리를 뛰어서 회의를 하러 갔다. 역시 다른 참가자들이 땀을 닦고 있는 나를 보며 한 마디씩 했다. 나는 숨을 고르고 난 후에 "달리기 같이 하실래요?" 라고 묻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 달리기 모임의 60대, 50대 언니들이 처음에는 잘 못 달리다가 이제는 엄청 잘 달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역시 50대인 그 선배들은 조금은 귀가 솔깃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같이 하겠다는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나와 친한 남자 후배들 몇 명에게도 계속 달리기를 권하고 있다. 특히 뽈록 나온 배를 내밀고 다니는 녀석에게 권했더니, 두 번 정도 달리기 모임에 나와서 함께 달렸다. 확실히 한 살이라도 어린 것이 체력이 좋긴 좋구나 싶은 정도로 그 녀석은 처음에 잘 달렸는데, 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시간이 길어질 수록 급격하게 속력이 느려졌다. 내가 1~2 킬로미터 이상을 안 쉬고 계속 달리는 동안 그 친구는 도중에 쳐져서 더 따라오지 못했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 소개를 보니 저자가 천천히 달리기를 강조하더라. 나는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실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멀리 달리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리고 나는 속도를 원한다. 천천히 달리는 것이 빨리 달리는 것보다 뭐가 더 좋은 건지 모르겠다. 이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달리기 책이 나온 것 자체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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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11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 님이 달리기를 하시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네요. 매일 뛰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달리기 예찬론자지요.
저는 뛸 자신은 없으나 다행히도 걷는 재미는 알게 되었죠. 처음엔 건강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걸었는데 습관이 되고 나니 힘들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격일로 걸었는데 다시 며칠 전부터 매일 걷기로 바꿨어요. 다행히 걷는 즐거움을 알아서 걷는 운동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몇 보 걸었는지 달력에 기록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달리기 마니아 감은빛 님 파이팅! 입니다.^^

감은빛 2023-06-16 19:58   좋아요 1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저는 그 분만큼 글을 잘 쓰지도, 잘 달리지도 못 하지만, 저를 통해 그 분을 떠올리셨다니 영광입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약수터에서 돌로 만든 역기를 들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긴 시간 근력 운동을 중심으로 했는데, 달리기를 좋아하게 된 건 한참 나중이예요. 근력 운동도 그렇고 달리기도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 같아요.
페크님도 차근차근 달리실 수 있을 거예요. 저랑 한 번 달려보실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