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저번에 북플에 지난 오늘 글이 없는 날엔 가능하면 글을 써야지 라는 글을 쓴 후로 매일 아침 북플을 열어 지난 오늘 코너를 열어본다. 다행히 그 후 어제까지는 매일 글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열어보니 글이 없다. 뭐라도 하나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오늘 좀 많이 바쁜 날이다. 하필이면 오늘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에 있을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오늘이 그 토론문을 보내달라고 요청받은 마감일이었다. 대략의 내용은 머리 속에 있지만, 쟁점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직 토론문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참 마음만 정하면 금방 끝날 일인데, 그 마음을 정하는 일이 참 쉽지 않아서 언제가 될지 예상할 수가 없다. 저녁부터 밤 늦게까지는 장시간 회의를 들어가야해서 지금 끝내지 않으면, 오늘 보내줄 수가 없다. 고민 끝에 담당자에게 죄송하지만, 오늘 밤에 마무리해서 내일 오전 일찍 보내드리겠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밤 11시쯤 회의를 마치고 마무리를 해야겠다. 거기에 지난 주에 보내달라고 요청받은 보고서가 또 있다. 이건 벌써 한참전에 해주기로 한 건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늘은 꼭 보내주셔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차! 싶었다. 이것도 오늘 밤에 완성해야 한다.

그러니까 평소 좀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이런저런 작업들을 좀 해두었다면, 이렇게 갑자기 몇가지 일이 몰린, 그것도 오늘 꼭 이라는 단서가 달린 일들이 몰리는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텐데, 항상 뭐든 시간에 쫓겨 일을 하다니! 하필 이런 날에 북플에도 글을 하나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런것도 일종의 징크스라고 할 수 있으려나. 흔히 머피의 법칙이라 부르는, 뭔가 일이 꼬이는 날에는 계속 연달아 그런 일이 생기는 징크스가 확실히 있다고 본다.

며칠 전에 북플을 열었을 때 지난 오늘 코너에 글이 7개나 있었다. 내 기억으론 지금까지 그렇게 많았던 날이 없었다. 그날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오늘을 살았던 각 연도의 나는 유독 시간 여유가 있었던가봐. 하필 올해도 그날은 조금 여유가 있어서 글을 하나 써볼까 했는데, 밖에서 좀 오래 머물렀더니 갑자기 몸이 확 안 좋아져서 일찍 집에 돌아와서 잠에 빠져들어버렸다. 그날 짧게라도 뭔가를 두드려 놓았다면 내년에는 8개가 되는 거였지만, 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반면 어제는 지난 오늘 글이 겨우 하나였다. 오늘도 지금 이 글을 두드리고 있으니, 내년 오늘 확인하면 글이 하나가 되겠다.

일본 배우와 한국 배우가 함께 촬영한 로맨스 드라마

지난 주말에는 넷플릭스로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어쩌다 세계적인 배우로 유명해진 사람과 서너개 이상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통역하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한국 방송사가 예능으로 준비하는 아이템이 일본의 유명한 배우와 한국 배우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서로 호감을 키우며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비록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모두 한국 배우이지만, 거의 마지막까지 일본 배우가 꽤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 유난히 일본 배우와 한국 배우가 서로 사랑하는 역할을 맡는 드라마가 많아진 것 같다. 일단 이세영이란 배우를 처음 알게 된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있다. 이세영이 일본 유학생으로 나오고 상대 배우는 사카구치 켄타로가 맡았다. 이 드라마는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공동으로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외모가 돋보이는 배우이고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 그 다음에는 [Eye love you] 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한국 배우 채종협과 일본 배우 니카이도 후미가 주연을 맡았다. 채종협이 상당히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나오고, 니카이도 후미 역시 엄청나게 귀여운 사람을 맡았다. 드라마 내용은 좀 어이없고 황당한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즐길수 있다는 부분에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 주연을 맡은 [로맨틱 어나니머스]도 있다. 이 드라마는 일단 배우들의 연기력과 인지도가 남다른 기획이라 느꼈다. 그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좀 품이 작은 이야기라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Eye love you] 와 비슷한 느낌이다. 쵸콜릿을 다루는 것이 공통점이고, 뭔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능력이나 장애(혹은 결핍)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리고 아직 보지는 않았는데, 매주 하나씩 공개되고 있는 [첫입에 반하다] 라는 드라마도 일본에 간 한국 유학생과 일본 사람의 로맨스를 다룬다. 한국 배우는 강혜원이라고 하고 일본 배우는 아마 아카소 에이지 인듯. 둘 다 잘 모르는 배우들이다.

일본어를 익히고 있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고 한다. 어떤 것은 여러번 반복해서 보기도 한다. 방금 소개한 드라마들은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 발음과 일본어 어휘 구사력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좀 도움이 되었다. 일단 공통적으로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 실력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당연히 일본인이 보기에는 아닐수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세영과 한효주의 일본어가 거의 완벽한 것처럼 느껴졌다. 채종협은 뭐랄까 살짝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세 드라마 모두 일본 배우들의 한국어는 정말 많이 어색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일본 사람들도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가 어색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일본 배우가 나오기는 하지만, 한일 남녀 커플이 아닌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에는 재일교포 3세인 일본 배우가 작중 유명한 일본 배우의 매니저 역을 맡아 상대적으로 꽤 괜찮은 한국어 발음을 보여준다. 현리 라는 이름의 배우인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 라는 영화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 이렇게 두 영화에서 보았었다. 아, [Eye love you] 에도 비중이 적은 조연으로 출연했었고, 저번에 글을 쓴 적 있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세번째 시즌에도 출연했었다. 확실히 재일교포라 한국어 발음이 상당히 좋기는 하지만, 교포라서 또 어색하기도 하다. 이 배우가 원래는 유창하게 우리말을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조금은 어눌한 발음을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말을 알기는 하지만, 평소에 거의 쓰지 않아서 원래 발음이 그렇게 조금 어눌하게 들리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일본과 한국 배우가 각각 주연을 맡은 로맨스 드라마들 이야기는 원래 따로 묶어서 좀 더 제대로 다룰 생각이었는데, 오늘 어쩌다 간단히 얘기해버렸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좀 더 많은 내용을 비교해볼 생각이다. 이제 회의 들어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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