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지난 주말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 서버가 다운되어서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였다. 그날 나는 아침부터 일정이 있었다. 조합원들과 함께 동네 천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약 3시간 한강 근처까지 걸었다.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서 함께 김밥을 나눠먹고 몇 가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는데, 그날 야외에서 먹은 김밥은 왜 그렇게 맛있던지. 평소 한 줄도 다 못 먹는데, 그날은 두 줄을 다 먹고 구운 계란까지 먹었다. 오전에 많이 걷고 몸을 쓰는 일을 해서 입맛이 좋았던 것이겠지.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어서 더 좋았을 것이다. 날씨가 좋아서 덩달아 기분도 좋았다. 보물찾기를 했는데, 나만 단 하나의 보물도 찾지 못했다. 눈썰미가 없는 것이겠지. 다들 하나씩은 선물을 받았는데, 나만 빈 손이라 게임을 준비하신 분이 내게도 선물 하나를 투척하셨다. 국민학교 소풍 때 이후로 보물찾기는 처음이었는데, 기억을 떠올려보면 국민학생이었을 때에도 나는 보물찾기를 잘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암튼 그렇게 행사를 마치고 다시 천변을 따라 걸어서 동네로 돌아왔다. 친한 후배집에 놀러가서 또 뭔가 맛있는 것들을 먹었는데, 그때 처음 들었다. 카톡이 안 되어서 난리도 아니라고. 나는 카톡을 거의 업무용으로만 사용한다. 업무용 단톡방이 수십개가 넘는데, 주말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사용하는 메신저가 많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라인, 왓츠앱 등.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과는 카톡이 아닌 다른 앱들을 주로 쓴다. 텔레그램은 파일 저장기한이 없어서 업무용으로 이용하면 정말 좋은데,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카톡을 주로 쓰다보니 업무용으로 그닥 장점이 없고 단점이 많은 카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건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을까?


사실 한 10년 전쯤인가 카카오톡 문제가 한 번 터졌었다. 그때 나는 카카오톡을 탈퇴했다. 어차피 문자 메시지로 소통할 수도 있고, 그때도 텔레그램을 사용했으니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엄청나게 불편해했다. 나 때문에 일부러 텔레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카톡을 지우고 한참을 지냈는데, 지금 이 일터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다시 카톡을 깔아야 했다. 전임자와 내 직속상관과 임원들이 모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싫어도 카톡을 깔아야 했다. 전임자는 업무용 공식 메일도 한메일에 만들었다. 카톡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서 단순히 카톡 메신저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카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다 안 되면서 큰 혼란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월요일인 어제 아침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인 일터 공식 메일함을 확인하다가 한메일이 먹통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을 하다보면 메일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는 하루종일 개인 메일을 업무용으로 써야했다. 그동안 주고받았던 메일을 참고로 해야하는데, 메일 접속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열어볼 수 없었다. 업무 메일들은 어딘가에 백업을 받아뒀어야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 뿐 아니라 상대방도 한메일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일일이 전화해서 다른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래도 나는 겨우 메일 계정에 접속되지 않는 정도의 사소한 피해만 입었다. 언제 메일 서비스가 복구될 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이 핑계로 일을 안 하면 좋겠다는 상상르 잠시 해본다.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도 그렇고, 수많은 정치인들이 그렇고,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여긴다. 나 역시 어떤 경우에는 그러하다. 이 불통의 시대에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 카카오톡 사태가 아닐까 싶다.



소비


운동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혹은 안 하면서) 자꾸 운동기구들을 사모으고 있다. 꽤 긴 시간 나를 괴롭히고 있는 관절 통증이 한동안 좀 줄어들었다. 관절이 아파서 잘 하지 못하던 동작들을 다시 하게 되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제 평생 좋아했던 운동들을 못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통증이 없어지니 이렇게 세상은 살 만했구나 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또 새로운 동작들을 배우고 익히고 하다가 지금 갖고 있는 기구들만으로는 못하는 동작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몇 가지 운동기구들을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결제 버튼을 눌렀더라.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하나씩 새로운 기구들이 도착했다. 손목이나 발목에 차는 모래주머니는 오래 사용하던 것이 있는데, 이번에 운동기구들을 구경하다 보니 이쁘게 생긴 깔끔한 모양새의 새 제품이 있더라. 먹는 것과 책 사는 것 외에 돈 쓰는 일이 거의 없는데, 왜 운동기구만 보면 막 사고 싶어지는 걸까. 새 제품을 받아보니 모래가 아니라 금속 막대들이 주머니들에 들어있었다. 무게가 너무 가벼워 조금 아쉬웠지만 이뻐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건 여름에도 발목에 차고 뛰어다녀도 될 정도로 디자인이 좋았다. 원래 쓰던 건 정말 말 그대로 모래 주머니라 차고 밖에 나가기엔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였었다.


이번에 산 것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짐볼이었다. 받자마자 손펌프로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앉아 보니 탱탱해서 좋았다. 전부터 짐볼을 이용한 운동 몇 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짐볼을 샀다. 그런데 집이 좁아서 하고 싶었던 동작들을 다 할 수는 없었다. 짐볼을 샀다고 친한 후배에게 자랑했더니, 형 집에 짐볼 놓을 곳이 있어요? 맨날 바람 뺐다가 넣었다 하는 거예요? 그건 그거대로 운동이 되겠네요. 이런다. 물론 집이 좁긴 하지만, 그 좁은 집에 이미 많은 운동기구들이 있지만, 그래도 짐볼 하나 정도 놓을 공간은 당연히 있다.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에 끌리는 법이다. 그래서 소비를 멈출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 운동기구들을 장만했으니 이제 다시 열심히 운동해야지.



가을, 쌀쌀함 그리고 쓸쓸함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지금 일터에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자꾸만 손이 시려워서 손끝을 입에 대고 입김을 호호 불고 있다. 최근 여러 사람들과 등산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 최근에는 거의 등산을 가보지 못하고 있는데, 예전에 나는 등산을 꽤 좋아했다. 어려서 산 중턱쯤 되는 곳에 살았고, 거의 매일 약수터로 올라가 약수를 떠왔다. 비쩍 마른 허약한 체질이었던 내가 운동을 좋아하게 되고, 운동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던 건 바로 그 국민학교 시절 매일 했던 등산 때문이었다. 약수터에 오르면 늘 돌로 된 역기를 들어올렸다. 벤치프레스, 클린 앤 저크, 스내치를 그때 어른들에게 다 배웠다.


아, 등산 이야기 하려다가 또 운동 이야기로 샐 뻔했네. 암튼 등산 얘기를 자꾸 하다보니 등산을 가고 싶어졌다. 참 좋아했던 산이 설악산인데, 문득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주말마다 일정이 잡혀 있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는데, 언제 설악산을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해본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북한산에라도 다녀와야지.


날이 쌀쌀해지니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저절로 따라오는 현상일까? 한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외롭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는데,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쓸쓸하다는 것은 과연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나는 어떻게 내가 쓸쓸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술 한잔 하면서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아야 하는데. 오늘 저녁에는 회의가 두 건이나 잡혀있다. 밤 늦게나 끝나겠지. 매일 매일 저녁에 회의나 강의가 잡혀있고, 주말마다 일정이 잡혀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살면 외로울 겨를이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쁜데도 외로움을 느끼는구나. 모르겠다.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또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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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일지가 올라오는 건 아닐까, 숭늉 먼저 마시며 기대해봅니다. 건강 예년 이상 회복하셔서 입맛도 되찾으시기를, 아무쪼록 건강과 안녕 기원드립니다

감은빛 2022-11-25 15:17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이 댓글에 답을 달지 않았었군요. 죄송합니다!
알라님의 마음 덕분에 몸은 탈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마음은 참 많이 무겁고 힘드네요.

희선 2022-10-19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카오랑 다음 합친다고 해서 이걸 어떻게 하나 하다가 통합했는데, 며칠 메일 못 봤습니다 중요한 건 없어서 괜찮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내주는 메일은 거기에서 받아서... 이제 되더군요 카카오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한 사람 많다는 기사가 보이더군요 그게 아니어도 문자 보낼 수 있죠 그게 그렇게 편하지 않을까요 저는 잘 모릅니다 컴퓨터는 쓰지만 휴대전화기는 안 써서, 쓴다 해도 연락할 사람이 없어요 있으면 있는대로 쓸쓸할 것 같아요 아직은 괜찮아도 앞으로도 괜찮을지, 그게 없어서 좀 안 좋은 것도 있어요

감은빛 님 이제 건강 많이 좋아지셨군요 다행입니다 여러 운동 하시는 거 좋아하시다니, 그런 게 있는 게 좋지요 운동 즐겁게 하시고 가끔 책도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감은빛 2022-11-25 15:18   좋아요 1 | URL
벌써 한 달이 넘게 답을 안 달고 지나갔군요. 죄송합니다!
희선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