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
뭔가 찾아야 할 내용이 있어서 예전에 쓴 글들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뭔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글들을 하나 하나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정말 뭐 하나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인간이다. 그 글들을 읽으며 당시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지금의 내 처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외롭게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을. 저 글들을 썼던 시점의 나는 상상도 못 했겠지. 오랜 시간이 지나 혼자가 된 내 미래를. 그런 생각이 들자 툭 온 몸에 힘이 빠지며, 한 없이 깊은 수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 같은 느낌. 지금 이 삶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냥 저냥 살아지기는 하는데, 갑자기 다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냥 다 싫고,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
슬픈 노래를 찾아 들어야겠다. 더 슬프고 더 아파해야 다시 일어설 기분이 들지 않을까. 어떤 기억들과 연결되어 듣는 순간 반드시 가슴을 후벼파는 아프고 슬픈 노래들이 몇 개 있다. 참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이제는 듣고 싶지 않은 노래가 되어버린 곡들. 오늘 같은 날은 일부러 그런 노래들을 꺼내 들어야겠다.
이 노래를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가사를 들으며 누군가 나를 관찰해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일 후회할 것 같아서 전화기를 꺼놓아야 한다는 내용은 정말 딱 내 이야기다.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언제,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것인가. 가능하다면 아직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로 가고 싶다. 훨씬 젊은 나와 아직 어려서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다시 보고 싶다. 이제 사춘기를 벗어나려는 큰 아이와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작은 아이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서운함을 느낄 때면 다시 저 아이들을 어려지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만약 가능하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조그만 아이들을 꼭 안아보고 싶다.
후회란 부질없는 짓이다.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다만 그 후회 덕에 앞으로 후회할 짓을 하지 않는다면 다행일텐데, 현실은 계속 후회할 일을 또 만들거나 생기거나 하더라. 그러니 후회란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가능하지 않기에 꿈 꿔보는 일. 단 한 번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가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종의 악몽
꿈에서는 그랬다. 아직 어렸던 아이들이 내 옆에서 놀아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나는 실제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했던 장난을 치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그 행복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 곁에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꿈에서 깨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람이 내 기억 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누군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꿈 속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냥 누군가 나를 무척 사랑해주고, 나도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만 떠올릴 수 있었다. 꿈 속에서 너무 행복했기에 꿈에서 깨고 나서 너무 슬펐다. 다시 그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건 일종의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차라리 그런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년
지금 내 기분을 이렇게 만든 글은 박영희 시인의 [아내의 브래지어]라는 시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었던 글(https://blog.aladin.co.kr/idolovepink/5087025)이었다. 그 글도 그 글에 달린 많은 댓글들도 처음에 읽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이런 글을 썼었지 라고 생각했고, 내 글치고는 댓글도 많이 달렸었네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더는 생리대를 빨아주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깨달았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왔다가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어 피 묻은 속옷을 벗어두고 간 아이가 생각났다. 그 속옷을 깨끗하게 빨아놓으며 아이에게 혹시 모르니 아빠 집에 생리대를 몇 개 갖다 놓으라고 문자를 보냈던 것도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그 글을 적은 건 10년 전 가을이었다. 10년 동안 내 삶은 정말 많이 변해버렸다. 아이들은 자랐고, 나는 늙었고, 일상은 공허하고 지루하고, 내 삶은 허망하다. 하! 뭔가 집중할 일이 필요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땀이나 좀 흘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