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끄적이는 일
4월부터 점점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일의 종류가 많아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꾸만 하나에 빠져들고 그렇게 잠시 방심하다보면 어딘가에서 구멍이 생길 상황이 벌어진다. 간신히 구멍이 나기 전에 수습하고 나면 또 다른 영역에서 급한 상황이 벌어지고,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또 다른 영역에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다보니 쉬 피곤해지고, 피곤하다보니 일 외에 다른 영역은 나 몰라라 하게 되어 버렸다. 그나마 운동 만은 잊지 않고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아주 간단히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한동안 먹는 양이 확 줄어서 운동량이 부족해도 배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스트레스 덕분에 먹는 양이 점점 늘어서 조금씩 배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먹는 양을 다시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포기해버린다. 오늘 하루 정도야 생각했던 것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고, 그러다 금방 일주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왜소해진 내 몸이 너무 초라해보여 이제라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곤 하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씻지도 않고 그냥 뻗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오늘은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내 잘못도 아닌데, 오해로 인해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듣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 업무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그걸 대체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 내 잘못이 아닌데, 애초에 제대로 된 자료를 줬으면 당연히 그에 맞춰 결과물을 전달했을텐데, 왜 자꾸 그게 내 탓인 것처럼 받아들이지? 오해를 풀어보려해도 쉽지 않고, 내가 듣지 않아도 될 말이라고 지적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에이 진짜!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모르겠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폭발할 지경인 날엔 미친듯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내일까지 넘겨야 할 자료를 만드느라 자정이 넘을 때까지 야근이나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내 처지가 서글프다. 이제 퇴근해야지. 일단 집까지 걸어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운동을 하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뻗어서 자야겠다.
아침부터 자정 너머까지 쉴 틈없이 일에 시달린 후, 어떻게든 자료를 마무리했으면 빨리 집에가서 쉬면 좋으련만, 굳이 알라딘에 들어와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그냥 이렇게 뭔가를 끄적이면, 아니 두드리면 조금은 마음이 풀어진달까. 일종의 감정의 찌꺼기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조금은 스트레스를 놓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렇게 글을 두드릴 알라딘 서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이, 더 늦기 전에 집에 가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또 내일은 내일의 스트레스가 오겠지. 오늘의 스트레스는 이 글과 함께 사라져 버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