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까지 장장 5시간 넘게 지금까지 알라딘 서재에 적은 어떤 글보다 긴 글을 쓰고 있었다. 평소에도 긴 글을 좋아하고 올리는 글 다수가 긴 편이지만, 이번 글은 상상을 초월하는 긴 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껐 긴 글을 써도 대체로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엔 같은 속도로 아니 오래 생각했던 거라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타자를 드드렸는데도 5시간을 훨씬 넘겼다.

막판에 너무 졸려서 급 일차 마무리를 하고 다음 편 예고를 적어주고 등록 버튼으로 눌렀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알라딘 글쓰기 창에 직접 두드려놓은 내용을 따로 저장할 생각까지는 못했다. 그런데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로그인 페이지로 넘어갔고 로그인을 한 다음 순간 5시간 넘게 쓴 내 글이 사라져버렸다. 피씨버전에서 쓴 거였다.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6시간 가까운 내 노동이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뒤로가기, 취소하기, 불러오기 등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몇가지 방법을 미친듯이 써보다가 깨달았다. 예전에도 이런 오류 때문에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가량 쓴 글을 날려먹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아예 처음부터 메모장에 글을 쓰거나, 알라딘 글쓰기 창에 다 써놓고 등록버튼을 누르기 전에 꼭 백업을 해놓는 습관을 들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완전 소 잃고 마굿간 고치는 기분이다.

아악! 알라딘 책임져라. 이 오류를 어떡할거냐? 내 6시간 가까운 노동이 날아가버린 걸 어떻게 책임질거나? 흑흑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정신이 번쩍들고,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포기했다.

꼭 이렇게 공들었던 글이 날아가버리면 다시는 같은 내용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 글은 앞으로 나시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너무너무 아깝다 정말 집중해서 쓴 글인데, 이제껏 이렇게 집중했던 적이 없는데 말이다. ㅠㅠ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하자. 그래도 알라딘 서재에 쓴 글이어서 다행이긴 하다. 돈 받고 써야하는 원고를 이렿게 어이없게 날렸으면 진짜 죽고싶었을 것 같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20-08-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런데 이런 통곡할 일이... ㅠㅠ 제 좋아요는 안타까움의 표현입니다. 사실 저도 오늘 북플에서 30분가량 썼던 글을 날리고 허탈해하고 있는데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ㅠㅠ

감은빛 2020-08-21 19: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처럼 허탈하고 억울한 일을 같이 겪고 계셨군요. 그래서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글을 먼저 쓴 뒤에 붙여넣었던 기억이 나네요.

안타까움과 공감의 표현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로 2020-08-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좋아요는 동병상련의 공감의 좋아요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정말 맘 잡고 멋진 페이퍼를 쓰겠다며 리포트 쓰는 것처럼 자료까지 찾고(저 그런 사람 아이거든요. 즉흥적인 사람;;;ㅎㅎㅎㅎ) 사진에 등등.....그런데 저도 님과 거의 비슷한 일로 3시간이 넘게 아마도 4시간? 정말 오래 작업한 글이 날라갔어요.ㅠㅠ 그런데 보통으로 알라딘에 임시저장된 글 뭐 어쩌고 하는 기능이 있어서 저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고작 두 단락 정도와 사진 몇 가지 정도였어요.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그 심정 저 경험자로서 잘 알아요!!!ㅠㅠ 저는 제 자신을 얼마나 혼을 내고 저주하고 그랬는지,,,그런데 돈 받고 써야하는 것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은 먹지 마세요...우리 그러지 않기로 해요. ^^;; 그냥 반성하고 다음엔 그러지 말자,,,뭐 그런 결심해요, 우리. ^^;;;

감은빛 2020-08-21 19: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로님. 저랑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을 겪었군요. ㅠㅠ

우리의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나요? 우리의 이 허탈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댓글 창을 닫아두시고 당분간 공부에 집중하신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습니다. 부디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다시 알라딘에 소식 남겨주실 날을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0-08-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허탈한 건 사실이지만(저도 압니다 ㅠㅠ) 그렇지만 에너지를 아끼세요, 감은빛 님.

감은빛 2020-08-21 19:28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오기가 생겨 그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그럴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애초에 너무 졸려서 급하게 글을 올리려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거구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페크pek0501 2020-08-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저 역시 다시 같은 글을 쓰게 되지 않더군요. 당장은. 화가 나서. ㅋ
그러나 언젠가 다시 쓸 날이 올 겁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은 언젠가 토해져 나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길...

저는 그래서 아예 폴더를 바탕화면에 만들어 놨어요. 알라딘 걸로.
거기다 글을 쓰고 그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메모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메모장의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알라딘에 옮기면 됩니다. 아주 안전한 방법이죠. 강추합니다.

감은빛 2020-08-21 19:32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먼저 글을 써서 복사해오곤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했어요. ㅠㅠ

조금만 일찍 떠올렸어도 좋았을텐데요. 이런 게 인생인가봐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 어쩌면 허탈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이없기도 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