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확대

요즘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넘친다. SNS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다. 간혹 독립을 하지 못한 사람들과 세대주가 아닌 사람들은 아버지 혹은 남편이 돈을 안 내놓는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세대주 남편이라 하더라도 혼자 맘대로 그 돈을 다 쓰지 못해 아내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군가는 카드 포인트를 받은 바로 다음날 아내가 딱 지원금 금액에 맞춰 가전제품을 결제해버린걸 카드 결제 문자를 받고서야 알게되었다는 얘기도 하더라.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에서 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다. 어제는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재난지원금 받은 걸 나 자신에게 쓰라는 내용이었다. 옷도 사고, 신발도 사라고. 안그래도 최근 옷은 두어벌 사긴 했다고 답을 드렸다.

그런 와중에 알고 지내는 선배 한 분이 페이스북에 자신이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들 명단을 올리면서 다같이 후원을 확대해가자는 취지의 글을 쓴 걸 보았다. (아마 이번 정대협 이슈에 대한 행동이었을 듯) 제법 많았다. 비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이 수입의 대부분인 그 분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코 많이 버는 편이 아니란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나도 후원하는 곳들이 좀 있는데, 일터에서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내가 그 분보다 후원하는 곳이 적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 선배의 후원처 중에서 3곳을 골라 후원을 늘리기로 했다.

사실 운동단체 상근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얼마 되지도 않는 활동비를 받았어도 후원하는 곳은 제법 많았다. 단체 활동가의 특성상 친하게 지내는 타 단체를 자연스럽게 후원하는 경우도 많았고, 또 우리 단체 후원회원 가입과 친구 단체 후원회원 가입을 서로 물물교환하듯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까 언급한 선배 역시 한 때 내가 일했던 단체 선배 활동가였으므로 나처럼 적은 수입임에도 늘 일부를 후원하는 것이 당연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제법 많았던 후원 단체를 어느정도 정리한 것은 내가 출판사에서 해고 당해 수입이 아예 없을 때었다. 그런 때에도 차마 후원을 끊지 못한 인연이 깊은 단체도 있긴 했다. 그렇게 확 줄인 후원 단체가 서서히 다시 늘어난 건 지금 일하는 일터에서 해마다 조금씩 급여가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른 덕분이다. 거기에 가끔 강의를 나가거나, 원고를 쓰거나, 교정교열 알바를 하는 등의 부수입도 생긴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고민없이 3곳의 후원단체를 늘렸다. 아, 생각해보니 최근 지인 한 분이 자신이 일하는 단체를 후원해달라고 연락해와서 그곳도 가입했으니 최근에 4곳을 늘렸네.

그래서 내가 후원하는 곳이 총 몇개가 되었는지 세어봤는데, 그동안은 10개가 살짝 안되다가 이번에 늘린 덕분에 10개를 조금 넘겼다. 이 일터에 얼마나 더 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정기적으로 급여 받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조금씩 후원을 더 늘려가야지. 그래야 우리가 사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을테니.


완독을 미루는 버릇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점점 더 이상한 버릇이 심해짐을 느낀다. 책을 다 읽지 않고 어느 정도 읽다 말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버린다. 지식을 위한 책들은 그렇게 발췌독을 하거나 읽다 말고 다음에 또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어도 상관없겠지만, 소설들까지 그렇게 읽으니 이상한 버릇이라 느낀다.

이 책을 언제 구매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읽기 시작한 것 작년 가을이었다. 거의 중간까지 재미있게 읽다가 다른 책을 집어든 이후 손도 대지 않고 몇 달이 지났다. 그러다가 어느 글에서 2008년 촛불집회를 언급하는 걸 보고 잊고 있던 이 책 생각이 났다. 마침 5월 말이면 당시 청소년들이 시작했던 촛불집회가 대다수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어 한창 물이 오르던 시기였다. 5월의 마지막 날에서 6월의 첫 날로 이어지는 밤, 이명박 정부가 첫 물대포를 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폭력 진압에 나서기 전, 그러니까 그 전까지 전경들이 시민들을 연행하더라도 잠시 닭장차 투어 다녀오겠다며, 국가의 폭력을 웃음코드로 받아치는 당시 촛불의 정신을 잘 드러내던 시기였다. 6월 1일 이후에는 또 국면이 많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 집회에 나왔어도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기존 운동권의 거대 조직들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고 애쓰기 시작했고(물론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다양한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더욱 진화했다. 음,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랜만에 리뷰를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 이 책에 대한 글을 쓸 때 다시 자세히 쓰도록 하자.

암튼 5월 말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당연히 작년 가을에 읽었던 앞 부분이 좀 가물가물해서 빠르게 앞을 다시 훑은 후에 중단했던 곳에서 시작했고 끝까지 다 읽었다. 여러모로 할 말이 많은데, 역시 그 이야기도 책을 이야기할 때 다시 쓰기로 하고, 오늘은 완독을 미루는 버릇에 집중하자.

어쩌면 자꾸 완독을 미루는 버릇은 다 읽기가 아까워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건 책이 마음에 들고 좋은 경우. 왠지 아껴 읽고 싶은 그런 책이 가끔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럼 책을 읽다 마는 것은 오히려 그닥 재미가 없어서일까? 아님 너무 뻔해서일까?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 아니 근본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정답일 것 같다. 자꾸 읽다 말고 다른 책에 손이 가는 건, 저 책을 다 읽기 위해 걸리는 시간에 다른 책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가 아닐까.

주말에 책장을 뒤져서 읽다가 말고 방치해 둔 책들 중에 가장 끌리는 책 10권을 꺼내 책상 위에 포개놓았다. 당분간은 새 책을 시도하지 말고, 이 책들을 먼저 다 읽어야지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날 새 책들이 도착해버렸다. ㅠㅠ

미뤄둔 책들을 다 읽겠다는 의지는 한 순간 꺾여버리고, 어느새 나는 새 책들 중 한 권을 먼저 집어들었다. 그래 이번에는 우선 새 책들을 먼저 다 읽고 읽다 만 책들에 손을 대야지. 당장 이번 달 책모임에서 같이 읽을 책부터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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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6-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가족이 받은 재난지원금도 어머니가 관리하고 있어요. 제가 받은 건 온누리 상품권 5만 원이 전부에요... ㅎㅎㅎ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지 않나요? 저는 이런 습관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

감은빛 2020-06-04 18:23   좋아요 0 | URL
아, 책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렇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나요?
제가 아는 분들은 대체로 한꺼번에 여러 권을 읽지는 않더라구요.
저 처럼 이 책 조금 읽다가, 저 책 조금 읽다가
다시 이 책 조금 읽지는 않는 것 같아서요.
물론 제가 다른 사람들의 책 읽는 스타일을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사실 그 부분의 핵심은 이 요상한 버릇이 제겐 별로 맘에 들지 않는데,
이미 버릇이 되어버려서 바꾸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뭐 요런 이야기입니다. ^^

페넬로페 2020-06-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후원하다가 끊은 단체가 있는데 매달 1일에 저에게 감사문자가 계속 오고 있어요~~
그 문자 받을때마다 너무 미안해요^^

감은빛 2020-06-04 18:26   좋아요 1 | URL
후원하다가 끊으면 사실 너무 미안하죠!
저도 예전에 다니던 출판사에서 해고 당하고 고정 수입이 없어져서
꼭 후원을 유지해야 할 곳들 서너 곳을 제외하고 다 끊었었는데,
그때 너무 미안했어요.

다행히 그 중 몇 곳은 다시 고정 수입이 생긴 후에 후원을 재개할 수 있어서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