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었다. 그 죽음을. 설마 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랬건만, 온통 그를 추모하는 말과 글이 넘쳐났다.
정치인을 믿고 좋아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먼발치에서 혹은 가까이에서 가끔 마주쳤을 뿐. 가장 자주 만났던 건, 광우병 촛불집회에서였다.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뿐 그는 아마 나라는 사람을 인지하지는 못했을것이다.
그가 심과 조와 함께 진보신당을 탈당했을때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길을 응원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더 큰 정당에서, 좀 더 대중적인 정당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길 바랬건만, 그렇게 원하던 대로 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를 잊고 살았다. 내 삶이 바빴고, 그가 몸담은 정당에 대한 실망이 점점 커졌다. 내겐 녹색당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래도 마음 한 편에는 언젠가 그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날이 올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차마 더 말과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겠다.
남들은 그의 죽음에 이어 노무현의 죽음을 떠올리더라. 나는 남들의 말을 듣고서야 그럴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게 노무현이란 사람은 그리 큰 의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나는 오히려 박은지의 죽음이 떠올랐다. 한때 그 두 사람이 같은 정당에 있었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그랬다. 아, 어쩌면 연결지점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의미를 찾자면 또 연결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
언론을 통해 그의 유서 내용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죽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 역시 노회찬과 박은지 두 사람이 삶을 끊어버린 행위에 절실히 공감하고 있음을.
내세를 믿지 않기에 빈말이라도 명복을 빈다거나 영면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결단을 마치고 마지막 가시는 순간만이라도 덜 괴롭고, 덜 외로웠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