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김용호 - 들길에 서서
< 들길에 서서 >
- 김 용 호 -
보리밭 고랑엔
어머니가 있었다
기인 세월을 두고
어머닌
흙과 더불어 늙으셨고
해마다 단오가 되면
창포물에 칠칠한 머릴 감고
그네를 뛰던 누나는
농삿군에게 시집을 갔다
누나의 손목을 잡고
이 들길에서 키가 자란 나는
이제 동생의 손목을 잡고
이 들길에 섰다
들길은 보람있는 생명처럼 잇다아
끝없이 머얼리 뻗치고
정다운듯
보리 머리를 쓰다듬고
훈훈한 바람이 지나가는 무렵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심호흡을 하면
푸름이 온통
가슴 안으로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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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 ~ 1973 경남 마산 출생. 아호는 야돈(耶豚).
닛본대학 문과 졸업. 1935년 [신인문학]을 통해 등단. 맥 동인.
저서에는 <시문학입문>, 시집 <향연> 1941. <해마다 피는 꽃>1948, <푸른 별> 1952, <남해찬가>등이있음. 1956년 자유문학상 수상. 단국대학교 문과대학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