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전과장 15억 향응·뇌물

 
룸살롱서 하룻밤에 1000만원… 명품시계·외제차로 '흥청망청'
 
김봉기기자 knight@chosun.com
입력 : 2005.03.11 18:32 49' / 수정 : 2005.03.11 19:33 04'

국내 이동통신사 중간관리자가 휴대전화로 볼 수 있는 유료 성인물의 공급업체 선정을 미끼로 16개 공급업체로부터 1년5개월 동안 15억원에 달하는 향응과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료 성인물은 1개월 이용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등 1년 매출만 335억원에 달해 이동통신사에 성인물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모 이동통신사 전 과장인 변모(39)씨를 구속했다. 또 변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A성인 콘텐츠 공급업체 대표 유모(31)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모(41)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변씨는 2003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 이동통신사 콘텐츠사업부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16개 공급업체들로부터 “선정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40여 차례에 걸쳐 금품 13억6000만원과 향응 1억3000만원 상당을 제공받은 혐의다.

변씨는 공급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을 이용해, 먼저 공급업체 대표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업체 대부분은 변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뇌물을 받은 변씨는 심사를 맡은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자신이 지정한 업체들을 선정시켰다. 변씨 밑에 있는 부하 직원 2명이 1차 심사를 맡고 있으며, 변씨는 1차 심사를 통과한 2차 심사를 맡아왔다. 변씨는 또 뇌물을 준 업체의 성인물을 콘텐츠 수요가 많은 목요일이나 금요일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6시) 성인물 서비스 초기 메뉴로 설정해줬다. 이용자가 휴대전화로 유료 성인 서비스를 접속하자마자 첫 화면에 특정 업체 성인물로 연결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경우, 이용자들이 바로 접속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성인물보다 매출이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까지도 올라간다고 경찰은 밝혔다.

변씨는 받은 돈으로 고급 외제승용차, 2000만원이 넘는 명품시계와 골프채 등을 구입했으며,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하룻밤에 1000만원을 쓰는 등 ‘흥청망청한’ 생활을 했다. 경찰은 “변씨의 월세 보증금 3500만원짜리 집에서 1억원 상당의 양주와 명품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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