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원혼 달랜 DNA수사···3년만에 범인 검거

취업을 하기 위해 상경한 시골 처녀를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가 범행 3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2002년 1월16일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고모씨(당시 22·여)를 살해한 뒤 시신을 한강에 버린 불법 카드 대출업자 홍모씨(42)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결과 홍씨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고씨가 책상에 놓인 불법 대출 서류를 보고 의심하는 표정을 보이자 당시 사기 사건 등에 연루돼 수배 중인 자신을 신고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같은 날 살해 직전인 오후 8시쯤 “동료 직원들과 상견례를 시켜주겠다”며 고씨를 유인,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다니다가 고씨가 “이런 회사에는 다니지 않겠다”고 말하자 경기 고양시의 자유로 도로변에서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이어 시신을 인근 개천에 버렸다. 고씨의 시신은 같은 해 4월 말 경기 김포시 한강 하류에서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됐다.

충남의 시골마을 출신인 고씨는 2001년 초 상경했으며 변을 당하기 이전까지 언니 집에서 집안 일을 거들고 조카들을 돌보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고씨는 사건 당일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일자리를 찾아 집을 나선 이후 소식이 끊어졌다. 가족들은 경찰 등에 실종 신고를 내고 고씨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난 1월 미아·가출인 자료와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수의 변사체의 자료를 대조하던 경찰은 2002년 4월말 한강 하류에서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된 20대 여성 변사체와 실종 신고된 고씨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하면서 밝힌 ‘왼쪽 엉덩이 가운데 5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점이 있다’는 고씨의 신체적 특징이 변사체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찰은 고씨 언니 2명의 유전자 DNA를 채취, 변사체의 DNA와 비교·대조한 끝에 변사체가 고씨임을 확인했다. 이로써 3년간 미궁에 빠져있던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었다.

수사에 탄력을 받은 경찰은 “고씨가 생활정보지의 구인광고를 보고 집을 나갔다”는 가족들의 증언에 주목했다. 경찰은 고씨가 평소 자주 보던 생활정보지를 입수, 광고를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거쳐 홍씨를 범인으로 지목, 검거에 성공했다.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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