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녘 섬엔 벌써 '봄봉오리'







벌써 2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새해가 열린 지 엊그제 같건만 벌써 두달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3월. 봄꽃 여행에 나서는 때다. 매화나 산수유를 보기 전 만나볼 꽃이 동백꽃이다. 완도군 보길도와 거제시 지심도 동백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1.보길도



여행코스

청별선착장-세연정-보옥리 해변-예송리 해변-중리 해변-글씐바위



새빨간 꽃잎, 노란 꽃술,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어느 순간 미련없이 낙화하는 꽃봉오리. 그 동백꽃을 만나기 위해 남쪽 섬으로 향한다. 매화-산수유-벚꽃 등에 앞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동백. 그녀에게서 때로는 정열의 삶을, 때로는 숭고한 사랑을 배운다.



동백꽃 감상 여로에 어울리는 시가 한 수 있다면 발걸음은 더더욱 가볍다. 완도군에 딸린 보길도를 찾아가는 카페리 안에서 서정주의 '나의 시'를 음미해본다.



'어느해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 안 동백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하는 듯이 앉아 계시고/ 나는 풀밭 위에 흥건한 낙화가 안쓰러워 주워 모아서는/ 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세연정 등 고산 윤선도의 유적이 많은 보길도는 봄날에 찾아갈 경우 동백꽃도 감상할 수 있는 여행지다. 청별선착장에 닿은 뒤 세연정의 동백부터 감상한 다음 북부에서 서부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보옥리 해변으로, 보죽산으로 찾아가면 곳곳에 동백꽃 군락들이 미소를 머금고 육지 손님들을 반긴다.



조선시대 인조대왕이 청나라에 항복한 것을 한탄하며 윤선도는 세상을 등지겠다는 마음으로 제주도를 향한다. 그러다 보길도 부근에서 폭풍을 만나 잠시 상륙했다가 그만 산수절경에 취해 정착하기로 결심, 마침내 찾아낸 거처가 바로 부용동이다. 윤선도는 51세에 보길도에 첫발을 디딘 이후 85세의 나이로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는 부용동에 머물면서 어부사시사와 32편의 한시를 남겼고 세연정을 건축했다.



청별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1.5㎞ 가면 부용동 초입인 세연정에 닿는다. 세연이란 주변 경관이 깨끗하고 단정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정자를 중심으로 수령이 제법 오래 된 동백숲이 울창하다. 연못 위에 떨어진 동백꽃과 뒤편 보길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우수수 흩날리는 꽃잎을 감상하다 보면 여행객들은 저마다 시인이 되고 처연한 아름다움에 눈물마저 흘리고야 만다.



보죽산(195m, 일명 뾰족산)의 위용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보옥리 해변 입구에도 동백숲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그 아래 들어서면 나그네도 한 송이 동백꽃이 되고 한 그루 동백나무가 된다.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좌우로도 동백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보길도를 떠나기 전 들러볼 곳은 우암 송시열이 바위에 글씨를 남겼다는 글씐바위다. 조선 후기의 문신 우암은 숙종 때 제주도로 유배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들른 적이 있다. 이때 백도리 마을 동쪽 끄트머리 바닷가 바위에 글씨를 남겼다. 83세의 늙은 몸으로 유배길에 오른 신세를 한탄하는 한시였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61)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홍보담당 550-5227.

*보길도 가는길

①완도군 화흥포항(555-1010)에서 소안농협(553-8188~9)의 보길도행 카페리 하루 8~9회 운항, 1시간 10분 소요. 소안농협 보길대리점 553-2555. 공영버스터미널에서 화흥포항까지 소안농협의 셔틀버스 무료 운행.

②해남 땅끝선착장 해광운수 소속 카페리 하루 8~9회 운항, 40분 소요.
땅끝매표소 533-4269, 보길매표소 553-5632. 보길도 내에는 버스가 3대 운행되고 있다. 버스회사 553-7077.




*맛집

보길면 부황리에 섬마을가든(활어회, 매운탕, 553-6727), 청명회관(활어회, 552-8506), 청별리에 보길도아가씨가든(활어회, 555-2775) 등.



*숙박

윤선도유적지 주변에 황원포횟집민박(553-6353), 동천다려민박(554-2858), 어부사시사민박(553-5019), 예송리에 선숙이네횟집민박(553-7176), 쉼터민박(553-6419) 등.









2.지심도



여행코스

장승포항-지심도-구조라해변-학동몽돌밭 해변-해금강-여차~홍포 해안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의 바다에 떠있는 지심도는 일명 '동백섬'이라고 불린다. 너비 5백m, 길이 1.5㎞ 가량 되는 지심도에는 후박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을 비롯한 수십여 종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중 동백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절반을 넘으며 수령 500여년의 동백나무와 보기 드문 흰 동백도 있다. 그 동백꽃을 보기 위해 연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여기서 얻은 또 하나의 별명이 '연인의 섬'이다.



지심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찻길 대신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운치 좋은 산책로를 2~3시간만 찬찬히 걸으면 섬 전체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붉은 꽃송이가 점점이 흩뿌려진 동백숲 터널,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쉼 없는 노래, 아름드리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 숲과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쪽빛 바다.... 이렇듯 정감 어린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노라면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지심도행 배가 출발하는 장승포항에서 해금강까지의 약 70리에 이르는 14번 국도는 줄곧 바다를 바라보며 달린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세파에 찌든 마음이 일순간에 상쾌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동백꽃을 구경하러 거제도까지 내려간 김에 거제 해금강, 여차몽돌해변, 외도해상농원 등도 들러볼 만하다. 거제 해금강은 해돋이가 장관일 뿐만 아니라 진입로와 바닷가마다 동백꽃이 지천이다. 남부면 다포리의 여차몽돌해변은 굵직굵직한 갯돌이 깔린 풍광도 아름답거니와, 여기서 남부면 홍포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에서는 거제도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시 최고의 대중적 인기 여행지인 외도를 방문하는 해상관광유람선사는 장승포유람선사(055-681-6565), 구조라유람선사(681-1188), 학동유람선사(636-7755), 해금강유람선사(633-1352), 와현유람선사(681-2211), 해금강해양공원(632-8787) 등이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55)

거제시청 문화공보담당관 639-3208.

*지심도 가는 길:장승포동사무소 옆의 지심도행 도선장(682-2233, 681-6007, 선장 김재곤 011-835-2276)에서는 오전 8시, 12시30분, 오후 4시30분 등 하루 세 차례 배가 출항.



*맛집

신현읍에 선향낙지마당(낙지전골, 635-2589), 장승포동에 항만식당(해물뚝배기, 682-3416, 682-4369) 등.



*숙박

펜션으로는 필그림펜션(681-2268), 학동몽돌펜션(011-884-9286), 마로니에펜션(632-7467), 솔레미오펜션(633-4243), 윤들펜션(681-0521) 등.



글-사진/유연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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