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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초대형빌딩 안전한가]피난층이 없다
40층이상 70% 피난층 없다 |
초고층건물 24개동·대형건물 10곳 점검 피난기구·방재시설 전혀 안갖춰 감지장치도 오작동 우려 꺼놓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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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6가 프레야타운의 의류판매 상가에는 방화셔터가 내려올 자리에 옷감 더미가 쌓여 있었다.&김형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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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등 대도심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멀티플렉스 등 초대형건물 짓기 붐이 일고 있다. 이 건물들은 높이와 규모는 최고·최대를 자랑하지만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한 방재장비와 기술은 ‘저층시대’에 머물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14∼18일 지하철의 안전현황을 점검한 데 이어 후진국 기준에도 못 미치는 초고층·초대형 건물의 안전실태를 전문가 동행취재를 통해 3차례에 걸쳐 집중점검한다.
서울시내 4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가운데 70%가 재난에 대비한 피난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멀티플렉스, 쇼핑몰 등 초대형 건물 상당수는 화재감지연동장치를 갖추고도 오작동을 우려, 꺼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화재 대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일부 건물은 화재 등 긴급사태에 대비한 비상발전 연료로 경유가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화재시 폭발 등을 막기 위해 LNG 공급을 중단하면 비상발전기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취재팀이 소방방재청과 국립도시방재연구소, 경민대·경원전문대 교수 등 방재전문가 8명과 함께 대형 건물 10곳을 현장 점검하고, 서울시내 4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24개동의 피난층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 27일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 3차 3개동, 아크로빌 2개동 등 17개동은 피난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난층을 갖춘 곳은 타워팰리스 1차 4개동, 목동 하이페리온 2개동, 삼성동 아이파크 1개동 등 7개동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피난층도 처음부터 재난에 대비한 피난층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피난기구 등 방재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난층이란 초고층 건물의 특성상 긴급상황시 1층이나 옥상층으로 대피가 어려운 경우에 대비, 건물 중간중간에 확보해야 하는 대피 장소를 말한다.
중국은 고층 건축물의 방화 규정을 별도로 두고 높이 100m 이상인 건물에는 15층 마다 대피장소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초고층 건물이 많은 홍콩도 20∼25층 단위로 대피층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내 건축법과 소방법에는 이와 관련된 법규정이 전혀 없어 초고층 건물 방재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취재팀이 또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2차 등 초대형 빌딩 10곳을 조사한 결과 5곳이 ‘자동화재감지 연동장치’의 경보음 장치를 오작동을 이유로 꺼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치는 화재가 일어나면 열·연기를 스스로 감지해 화재발생 장소를 알려주고 거주자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설비다.
서울 마포소방서 김진호 직할소장은 “비싼 돈을 들여 자동화재탐지 연동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오작동을 막기 위해 일부 장치를 꺼두는 것은 얼마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구로구 애경백화점과 동대문구 두산타워는 비상발전 연료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유 대신 LNG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발전 연료로 LNG만 사용할 경우 화재시 가스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건물 외부에서 LNG 공급을 차단하면 비상전력으로 연결된 비상등과 비상용 승강기 등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주민대피와 소방관들의 건물 진입 및 구조활동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장을 점검한 동작소방서 조정철 장비팀장은 “비상발전기 연료로 LNG만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화재시 추가 가스폭발의 위험 때문에 가스밸브를 잠그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경유탱크로 바꾸거나 경유를 쓰는 비상발전기를 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