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여우행보’
소버린의 ‘튀는’ 행동이 점입가경이다.
(주)LG와 LG전자의 주식매입 후 전례없는 기자회견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소버린이 이번에는 공시의무를 피해 교묘한 방법으로 주주들에게 이사진 교체 권유에 나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소버린은 다음달 11일 SK(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편지를 주주들에게 보냈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 대표는 편지에서 “만약 최회장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다시 이사로 추천된다면 소버린은 반대 투표를 할 것”이라면서 “SK(주)는 위대한 경영자를 맞이할 자격이 있는 위대한 기업이며 SK(주)가 위대한 경영자를 맞이할 수 있도록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모든 주주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공시의무 위반의 경계점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변호사는 “이번 SK(주) 주총에서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가 최대의 이슈인 만큼 소버린의 이같은 행위는 위임장 권유와 다를 바 없다”면서 공시의무 위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1일 (주)LG 및 LG전자 주식매입 후 가진 기자회견도 논란거리다. SK(주)에 대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LG에 대해서는 ‘찬사’ 일변도의 이중잣대를 보인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소버린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펀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소버린의 발언이나 공식적인 입장 발표 뒤에는 어김없이 주가 상승이 이어진 것도 의문부호다.
2003년 4월14일 소버린이 SK(주)에 대해 국제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채택하고 기업투명성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 창출을 촉진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SK(주)의 주가는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해 6월 SK(주) 지도부 교체를 요구한 뒤에도 주가가 4.42%나 올랐다.
같은 해 12월11일 피터 대표가 국내 애널리스트와 간담회를 한 뒤에는 3일동안 최고 9%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10월25일 소버린이 SK(주)에 대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뒤에도 3일동안 매일 3%씩 주가가 올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소버린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소버린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면서 “소버린의 한마디에 국내 증시가 춤을 추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