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한집 ‘배우자에 폭력’
기사입력 : 2005.02.23, 18:58

한집 건너 한집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해 9∼1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19∼65세 혼인경험자 6156명(남성 3071명,여성 3085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지난 1년 간 44.6%(이하 복수응답)가 배우자에게 폭력을,69.2%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정부가 부부폭력을 포함해 자녀와 부모에 대한 폭력에 대해 전국차원의 대규모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자 폭력실태는 욕설 폭력위협 등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가구가 42.1%로 가장 많았으나 사정없이 마구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가구는 15.7%,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성적폭력 경험은 7.1%였다.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가구 중에는 남성 주도의 아내 폭력(12.1%)이 여성 주도의 남편 폭력(3.7%)보다 많고,발로 차거나 주먹 또는 혁대 몽둥이로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는 ‘심한 폭력’도 남성(3.7%)이 여성(1.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은 정신적 혹은 신체적 폭력을 가한 경우가 69.2%,신체적 폭력이 51.9%나 됐다. 신체적 폭력 가운데는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 이상의 ‘심한 폭력’을 가한 경우도 9.1%나 됐다.

부모에 대한 폭력도 3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나타났다. 자기부모에 대해서 남성은 33.1%,여성은 30.8%,배우자 부모에 대해선 남성은 7.3%,여성은 29.9%가 폭력을 가했다. 대부분 정신적 폭력이지만 남성의 1.7%는 자기부모에게 신체적 또는 경제적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배우자부모 폭력이 현저히 낮은 것은 한국 남성들이 배우자의 부모와 접촉하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번 조사에선 아동기 폭력경험이 있는 남성이 아내에 대해 심한 신체적 폭력을 가한 경우(8.0%)가 폭력경험이 없는 경우(2.3%)보다 3배가 넘었다. 자녀에 대해서도 폭력경험이 있는 경우(11.4%)가 없는 경우(5.5%)의 배가 넘어 가정폭력은 학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11.8%밖에 되지 않았으며,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44.3%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해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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