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길은 싫다! 난 공장으로 간다"

서울의대 포기한 뒤 한양대 수석졸업한 김수진씨
SK 입사후 지방현장 자원… “제조업 CEO 되고싶어”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5.02.24 06:36 36'


▲ 의대생에서 공대생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김수진씨. / 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자기 적성에 따라 의대를 중퇴하고 공대에 재입학한 학생이 올해 한양대학교 전체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공대 대신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택해 남다른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학점도 4.5 만점에 4.46점. 남들보다 1년이나 빠른 3년(6학기)만의 조기졸업이다. 올 1월 SK㈜에 입사, 신입사원들이 대체로 꺼리는 울산 공장 근무를 자원했다.

24일 한양대 졸업식에서 총장상을 받는 김수진(金秀鎭·30·화학공학과)씨. 그는 “대학시절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공학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며 “공부에 재미를 느끼니 성적이 저절로 오르더라”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1994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2002년 한양대학교 화공과에 다시 입학했다. 서울대 시절 3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학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직업의 안정성을 좇아 의대에 진학했지만 공부를 할수록 내 관심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신 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수학과 화학 분야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휴학을 하고, 1997년 군에 입대했다. 상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많았던 군 생활은 그가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1999년 말 제대한 직후 의대 공부를 포기했다. 그 대신 중·고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시 대학 입학 준비를 했다. 목표는 관심을 갖고 있던 화학과 공학이 결합된 ‘화공과’. 부모님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만류했지만 결심은 확고했다. 군대 부사관이었던 아버지, 뜨개질 부업으로 살림을 도우면서 1남2녀를 뒷바라지한 어머니께 처음 ‘불효’를 저지르는 순간이었다.

한번의 낙방을 거친 김씨는 2002년 초 한양대에 입학했다. 입학 후에는 ‘모범생’의 일과가 반복됐다. 아침 8시에 학교에 가면 밤 12시까지 도서관에서 자리를 지켰다. 여름 방학 때마다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며 땀을 흘렸다. 덕분에 그는 다섯 학기 평균 학점 4.0 이상, 120학점 이수라는 까다로운 조기 졸업 조건을 충족시켰다. 여섯 학기 중 입학 첫 학기를 제외한 다섯 학기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김씨는 올 1월 초 전공을 살려 SK㈜에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근무지 배치에서도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인기가 없는 울산 공장 근무를 자원했다. 김씨는 “시커먼 석유 덩어리가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제품이나 동력원으로 뒤바뀌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며 “생산현장을 한눈에 꿰뚫어보는 최고의 전문 엔지니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두 가지. 먼저 지난 5년간 그를 믿고 “열심히 해보라”고 후원해 준 여자친구(30)와의 결혼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제조업체 CEO 자리에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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