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만남' 한국탐사대원들이 구출작전 100시간

장창락씨가 말하는 히말라야 조난 박정헌·최강식씨 후송기

입력 : 2005.02.17 17:54 48'


▲ 장창락씨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행방불명됐던 박정헌·최강식씨가 악전고투 끝에 야크 방목장 임시 숙소까지 내려 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카트만두에 전해진 것은 1월 19일 오후. 두 사람이 움막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피운 불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자 겨울을 나려고 산 아래 마을로 내려 갔던 움막 주인 ‘노인’이 이 연기를 보고 찾아온 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다. 이 노인은 이들의 메모를 받아 딸에게 전달, 중계함으로써 구조의 문을 열었다.

이후 촐라체 북벽 베이스 캠프를 지키고 있던 송성재(산악인)씨는 두 사람의 부상 정도를 알리고 구조헬기를 요청했다. 카트만두에선 한국 산악인들과 오랜 우정을 나눠온 앙도르지(산악인 전문 캠프 빌라에베레스트 대표)씨와 덴디(장비점 어드벤처 에베레스트 대표)씨 등 네팔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카트만두에서 촐라체까지 가려면 루클라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그후 5일간 걷는 것이 유일한 진입방법.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1주일 정도 더 걸린다.

셰르파 출신인 앙도르지씨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미 3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헬기를 수배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20일 하루 동안 강한 눈보라 속에 애를 태운 뒤 21일 새벽에야 구조헬기는 루클라로 향했고 오전 11시쯤에야 카트만두로 넘어 왔다. 네팔 의료진은 전문적인 동상 치료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침 카트만두에는 충주와 청주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가 랑탕히말 지역 학교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이들은 반도스포츠가 지원한 트레이닝복 100벌과 학교에서 수집해 선별한 헌옷 400벌, 여행경비를 절감해 마련한 학용품과 의약품(300만원 상당)을 해발 3000m가 넘는 오지 지역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1월 8일 네팔에 왔던 것. 탐사대 김영식 대장(충주 칠금중학교 교사)과 필자는 나머지 관광 일정을 중단하고 후송작전에 나섰다.

항공사측은 이들을 위해 1인당 4자리씩, 8자리를 비워 침상을 만들어주었으나 탑승장에서 이들의 심각한 부상 정도를 본 뒤에는 의사 동행 없이는 안 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앙도르지씨가 다시 시내로 나가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온 뒤에야 탑승이 허락됐고 후송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링거 주사를 꽂은 상태에서 방콕까지 3시간 비행 후 방콕에서 5시간 대기, 방콕에서 인천공항까지 다시 6시간의 긴 비행 끝에 23일 아침 박정헌·최강식 두 산 사나이는 동상 전문의가 있는 서울 경희의료원에 안착할 수 있었다.

움막에서 히말라야의 ‘산신령’이 보낸 노인을 만난 지 만 4일하고도 6시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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