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돈이 몰려온다
한국시장에 15兆 쏟아부어
부동산·주식 투자 1·3위에
강남·북 명물빌딩 소유
정혜전기자
입력 : 2005.02.16 18:55 08' / 수정 : 2005.02.16 19:48 33'
싱가포르 자본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 투자한 싱가포르계 자금은 무려 1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뛰어든 외국계 자본 중 1위에 올라섰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자본이 이처럼 한국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빌딩이나 주식에 투자하면 나중에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싱가포르 자금은 최근 아시아시장의 성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으며 특히 한국시장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싱가포르에 진출한 리캐피탈투자자문의 이남우 사장은 말했다.
현재 국내에 투자한 싱가포르 자금의 대부분은 정부투자기관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테마섹이 운용하고 있다.
GIC는 1998년 IMF환란 이후 2조원을 투입해 서울시내 대형 빌딩 7곳을 연거푸 매입, 한국 빌딩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GIC가 작년 말 미국계 펀드 론스타로부터 사들인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의 매입가격은 9000억원으로, 국내 단일 빌딩매매가격으로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앞서 GIC는 2000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를 3550억원에 사들였다. 강남과 강북의 최고 명물 빌딩을 모두 손에 쥔 셈이다. 파이낸스센터는 지금 500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서울 시청 뒤편 빌딩가는 GIC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파이낸스센터 바로 옆 건물인 무교빌딩(구 현대상선빌딩)과 뒤편 코오롱빌딩이 모두 GIC가 주인이다. 지난해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급매물로 나올 때 속속 사들인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싱가포르 자금의 유입속도도 미국에 버금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지난해 말까지 싱가포르 자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총 92억3000만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 중 지난 2003~04년 동안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계 투자자금 중 20%(44억9000만달러)가 싱가포르계 자금으로 미국(38%, 86억4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테마섹은 지난해 하나은행 자사주 6.39%를 추가 매입해 9.99%로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주식 0.51%를 취득해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또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투증권 매각에도 참여하는 등 증권업계 진출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