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철새지도 바뀌었다
기사입력 : 2005.02.14, 18:09

영남지역 최대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의 철새서식지도가 바뀌고 있다. 저수지 수위와 주변 먹이 공급처 면적이 철새 대표종(種)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주남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1980년 이후 25년간 주남저수지에서 월동중인 대표철새가 가창오리에서 큰부리큰기러기,쇠기러기 순으로 바뀌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주남저수지의 대표 철새는 단연 가창오리였다. 저수지 인근 3∼4㎞내 논에 벼의 낱알이 풍부해 1990년의 경우 최고 5만여 마리까지 월동했다. 그러나 1992년 이후 이곳 논이 유리온실과 비닐하우스,축사,공장 등으로 바뀌면서 그 수가 서서히 줄어들어 올 겨울에는 겨우 300∼400마리만이 이곳을 찾았다.

큰부리큰기러기는 1993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매년 5000여마리씩 이곳을 찾아와 저수지의 대표종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기껏 200∼300 여마리만 보일 뿐이다. 높아진 저수지 수위가 큰부리큰기러기를 떠나게 한 결정적인 이유다. 주로 30∼40㎝ 가량의 낮은 수심에 있는 수초뿌리를 먹이로 하는데 최근 2∼3년 사이 수심이 2뻍까지 깊어지자 먹이찾기가 쉬운 창녕 우포늪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쇠기러기는 10년전보다 2배 가량 늘어나 올해 3000여마리가 월동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벼의 낱알을 주로 먹지만 수만마리씩 군무를 이루는 가창오리떼와 달리 소규모로 월동하기 때문에 인근 소규모 논들이 먹이 공급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분석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저수지 수위와 먹이 공급처 감소는 물론 저수지 내에서의 불법 어로행위도 철새 개체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실제로 저수지를 찾는 겨울철새의 예년 평균 개체수는 6만여마리였지만 최근 5년 사이 1만여마리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70여마리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3마리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사진작가 최종수씨는 “한 곳에서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과 주남저수지 두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180만평 규모인 주남저수지는 10월중순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20여종의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으며, 하루 평균 탐조객수만 500∼5000명에 이른다.

창원=윤희각기자 hg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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