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여윳돈이 움직인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이를 반영한 시중금리 상승과 맞물려 시중여유자금의 흐름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서 채권펀드로 몰렸던 돈이 다시 증시 쪽으로 흘러가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 예금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주춤할지, 부동산쪽으로의 자금유입이 재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돈흐름의 변화가 본격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산업은행이 내놓은 ‘기업금융 리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은행권 예금은 5백88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에 비해 5조7천억원이 줄었다.

은행권 수신은 지난해 11월 은행들이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을 한정(특별)판매하면서 6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1월 들어 특판이 일단락되고 증권 등 다른 금융권과의 수익률 차이가 커지면서 돈이 다시 은행권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수탁액도 줄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72조4천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3조5천억원 감소했다. 지난해말 연 3.28%였던 채권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가 지난 11일 4.46%로 치솟아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과 채권형 펀드에서 나온 돈 가운데 일부가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1월 중 고객예탁금이 6천4백80억원 늘어 2003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순유입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을 포함한 증권사 수신은 지난달 28일 현재 15조3천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2조원 정도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지난 7일 기준으로 8조8천9백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3천4백억원 늘었다.

결국 저금리 속에서 은행으로부터 저축은행과 채권형 펀드로 이동했던 시중 여윳돈이 다시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와 증권쪽으로 이동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돈 흐름이 이같은 방향으로 본격화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이 불안한 만큼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채권시장에 적지않은 자금이 계속 묶여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은행 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예금금리도 이미 국민, 하나은행이 올린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금리추세를 봐가면서 조정할 자세다. 최근의 재건축아파트 값 급등과 맞물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실물쪽의 기대가 돈흐름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채권쪽 외에는 아직 ‘기대감’에 의해 돈이 이동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돈흐름이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치용·박성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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