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면허취소로 실직 ‘생계형 절도’…“국가서 위자료 배상해야”
기사입력 : 2005.02.11, 19:04

경찰의 부당한 운전면허 취소 조치로 생계수단을 잃은 뒤 절도범 신세가 된 버스운전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나홀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이겼다.

강원지역에서 고속버스 운전사로 일하던 도모(37)씨는 2000년 1월 ‘뉴 밀레니엄’을 기념하며 회사동료와 술을 마신 뒤 술집 여종업원을 집에까지 태워다줬다가 이 여종업원으로부터 강간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도씨는 이후 무혐의 처분됐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양주 5잔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경찰은 운전자가 마신 술의 양으로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방식’을 사용,도씨가 마신 양주잔을 50㎖ 잔으로 간주해 혈중 알코올농도를 0.142%로 추산,도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도씨는 며칠뒤 술잔을 가득 채웠을 때 양이 30㎖라는 사실을 알아냈고,경찰에 혈중 알코올농도 재계산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도씨는 이후 행정소송에서 “30㎖ 5잔은 면허정지 수준밖에 안된다”며 면허를 되살리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먹고살기 위해 빈 집을 털었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갇힌 상태였다.

도씨는 징역살이로 인해 부인이 이혼을 요청하고 자녀들의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워지자 옥중에서 국가를 상대로 변호사없이 소송을 제기,지난해 1월 1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이성룡)는 11일 도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찰이 도씨가 술을 마신 양주잔의 양을 직접 확인해보는 간단한 시도도 하지 않았고 도씨의 요구를 묵살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도씨에게 수입손실과 위자료 등 모두 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민영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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