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개성공단·금강산서 말라리아환자 발생…정부는 남북경협 차질 이유로 쉬쉬
기사입력 : 2005.02.10 17:54:47
 
 
 
 
 
 
 
 
 
 
 
 
 
[기획취재부 1급 정보] ○… 지난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역에서 법정 전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으나 당국은 남북경협사업 차질을 이유로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지난 9월을 전후해 개성공업지구 현장에 파견된 한국토지공사 A씨와 금강산관광지역에 상주 근무하던 현대아산 소속 조선족 동포 B씨가 말라리아(학질)에 걸려,긴급 후송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들 외에도 금강산관광지역 근무자 17명은 지난해 여름 세균성이질에 감염돼 긴급 투입된 남측 의료진에 의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통일부는 세균성 이질 감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말라리아 환자 발생에 대해선 "보고를 받은 바 없으며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밝혀 전염병 발생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초 개성 및 금강산 지역에서의 전염병 감염 위험성이 정도를 넘었다고 판단,통일부에 양 지역 상주자 및 관광객의 전염병 예방을 위한 정부기관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북한은 2001년 30만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으며 2003년에도 말라리아 환자가 4만명에 이르는 등 말라리아 고위험지역"이라며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이 말라리아,장티푸스 등 법정 전염병과 사스 등과 같은 신종 전염병 감염에 걸려 남쪽으로 넘어온다해도 현 방역체계로선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지공사측은 지난해 말라리아 감염 직원을 긴급 후송한 직후 상주 전 직원에게 말라리아약을 복용케 하고 수인성 전염병을 막기 위해 상주자를 위한 급식업체를 직접 파견했다. 특히 개성공업지구는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한국토지공사 상주자만 200명에 이르러 검역을 소홀히 할 경우 남측으로의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또 현대아산 하청업체 소속의 감염 조선족 여성 B씨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강릉 모병원으로 후송돼 자비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사업을 운영중인 현대아산측은 말라리아 환자 발생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가천의대 미생물학과 박재천 교수는 "남한에서 퇴치됐던 말라리아가 1993년 이후 휴전선 남쪽에서 집중 발생했는데 이는 북측의 말라리아 창궐과 일치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수십만명의 금강산관광객들에게 말라리아항생제 복용을 의무화할 필요는 없지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선 전염병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기로 비롯되는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온대지방까지 분포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5∼10월 사이에 발병확율이 높고 감염되면 특유한 열발작을 되풀이하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국민일보 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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