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야기] 멕시코의 첫 명절 풍경

멕시코의 새해 첫 명절은 양력으로 1월6일인 ‘동방박사의 날’이다. 멕시코인들은 이날 아기 예수를 경배했던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준다고 믿는다. 시내에는 동방박사로 화려하게 분장한 3인조 팀들이 부모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이들은 약간의 돈을 받고 꼬마들과 사진을 찍은 뒤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물어본다. 부모들은 자녀의 희망선물을 파악한 뒤 이것을 구입, ‘동방박사가 주는 것처럼’ 선물을 준다.

사람들은 이날 ‘동방박사의 빵’을 먹는다. 1월 초부터 전국의 빵집에선 오븐을 총가동, 빵을 쉴새없이 구워낸다. 매장 안에는 다른 빵은 거의 볼 수 없다. 이 빵은 설탕에 절인 과일 조각으로 울긋불긋 장식한 커다란 타원형 고리 모양으로 달콤하다. 빵속에는 새끼손가락만한 흰 플라스틱 아기 인형 몇 개가 숨어 있다. 빵을 먹을 때 뜨거운 우유에 카카오 덩이를 녹인 ‘초콜라테’라는 음료를 곁들인다.

사람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이 빵을 나눠 먹는다. 가슴을 조이며 칼로 자기 몫을 자른다. 자기 빵조각에서 인형이 안 나오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다른 사람 것에서 나오면 좋아한다. 인형이 나오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2월2일 ‘타말’이라는 옥수수떡을 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엔 ‘1월의 오르막길’이라는 표현이 있다. 성탄절 선물, 만찬, 송년잔치, 휴가여행 경비에다 동방박사의 날 장난감까지 사야 하니 연말 상여금도 모자란다. 그래서 ‘1월의 오르막길’은 우리의 ‘보릿고개’와 비슷하다.

가난한 이들은 결국 전당포에 간다. 멕시코시티 시청 근처 ‘자비의 산’이라는 230년 전통의 국립 전당포 앞에는 저마다 귀중품을 들고 선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1월의 고개를 넘으려는 모습이다. 믹서나 다리미를 들고 나온 이들도 있고 결혼반지를 저당잡히며 눈물짓는 아주머니들도 있다.

〈멕시코시티 김유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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