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형용] 아동 비만
기사입력 : 2005.02.06, 17:09

동네 목욕탕에 가면 가슴이 일본 스모선수처럼 늘어지고,허리에 스페어타이어를 두른 것 같은 뱃살이 두드러진 아이들을 한둘은 보게 된다. 뱃가죽이 등에 붙을 만큼 배고프게 살았던 시절을 살았던 경험 때문에 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런 뱃살을 ‘인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 신화통신이 ‘햄버거, 2명의 CEO를 살해한 의혹의 암살자’란 제목으로 맥도널드사의 최고경영자 2명이 1년 새 잇달아 사망한 사건을 보도했다. 60세의 짐 캔털루포가 심장발작으로 숨졌고,후임 찰리 벨(44세)마저 9개월만에 대장암으로 숨졌다. 두 인물 모두 비만이었으며,평소 자사 햄버거를 즐겼다고 한다.

모건 스펄록이란 감독은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에서 자신이 맥도널드 제품만 한 달간 먹으면서 몸무게가 12kg 늘어나는 과정을 보여줘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병으로 알려졌던 비만이 이제 유럽사회로 번졌고, 유럽은 비만의 주범이라며 ‘햄버거 때리기’가 한창이다. 중국까지 가세한 이유는 아시아국가에서도 비만이 사망의 주요원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부쩍 ‘비만 뉴스’가 많아지고 있다. 해마다 40만명의 성인 비만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만자는 당뇨병 발병률이 2배 (1000명당 13.6명),고혈압은 1.5배 (1000명당 80명)나 높다고 한다.

아동비만은 더 심각하다. 10∼13세에 시작된 비만의 80%가 성인비만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남자중학생의 22.3%, 여중생의 10.7%가 비만이며, 이들은 간기능 이상,고지혈증,혈당 이상 등 각종 성인병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런 증상들을 왜 아직도 ‘성인병’이라고 부르는지 이상할 정도다.

맞벌이가 늘고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아동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소년기 비만은 성장과정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아직도 많다. 이제 모든 비만은 ‘심각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비만을 고혈압이나 당뇨,치매처럼 만성질환으로 인정해 정부가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

어제부터 예년보다 긴 설연휴가 시작됐다. 명절 음식과 두둑해진 세뱃돈으로 아이들은 각종 청량음료와 인스턴트 식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동들을 비만으로부터 지켜내는 것도 부모들의 몫이다.

이형용 논설위원 hylee@kmib.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