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집권’ 토고 대통령 사망…아들이 권력 승계
기사입력 : 2005.02.06, 17:17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장에 이어 세계 두번째 최장수 집권 기록을 갖고 있던 아프리카 서부 토고공화국의 그나싱베 에야데마(69) 대통령이 5일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사망 사실이 공표되면서 토고 전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헌법 절차가 무시된 채 아들 파우레 그나싱베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북한 아제르바이잔 싱가포르에 이어 새로운 부자세습 권력승계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들 권력 승계=코피 사마 토고 총리는 이날 “에야데마 대통령이 심장발작을 일으켜 프랑스의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병력이 법과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며 “국경과 영공도 모두 폐쇄된다”고 밝혔다.

총리 발표 직후 국영 TV에 등장한 자카리 난드야 국방장관은 “권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에야데마의 아들 파우레 그나싱베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파우레 그나싱베는 아버지 정부에서 통신장관을 맡아 왔다.

아프리카연합(AU)은 즉각 이를 군사쿠데타로 규정하고 나섰다. AU는 대통령 유고시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맡고 60일 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헌법 조항이 완전히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판브레 나차바 의장은 에야데마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비행기로 급히 귀국하려 했으나 영공 폐쇄로 입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38년간 철권통치=1967년 에야데마는 불과 32세의 나이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2차대전 후 식민지배를 벗어난 아프리카국 가운데 첫번째 군사쿠데타였다. 에야데마는 이후 38년 동안 한번도 정권을 놓치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최장수 집권자로 기록됐다. 세계적으로도 1959년 쿠바 혁명으로 집권한 카스트로의 46년에 이어 두번째다. 유럽연합은 토고의 인권탄압과 선거부정 등을 이유로 1992년부터 원조를 중단했다.

우성규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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