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人蔘과 ‘毒參’
기사입력 : 2005.02.04, 17:42

무협소설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도구가 있다. 영약(靈藥). 때로는 방금 죽은 사람도 되살리는가 하면 무림인이 먹을 경우 단숨에 수십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고 일반인은 무병장수한다는 신령스러운 효과를 지닌 약이다. 보통은 환단(丸丹)의 형태로 제조된 것을 말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것들도 영약으로 취급된다.

종류도 다양해서 하수오(何首烏),주과(朱果),만년삼왕(萬年參王) 등 식물도 있고 공청석유(空淸石乳) 같은 액체도 있다. 또 뱀이나 지네 등 동물의 내단(內丹)도 그에 속한다. 이 중 주과는 도대체 그 정체가 뭔가 해서 어느 호기심 많은 학자가 무협지에 묘사된 모양과 맛,그리고 그것이 자라는 지형과 기후 등의 자료를 종합해 연구한 결과 사과라는 답이 나왔다던가.

그러나 주과는 그렇다 치고 흔히 영약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것으로 꼽히는 만년삼왕이라는 식물의 정체는 명백하다. ‘만년 묵은 삼의 왕’이라는 뜻 그대로 오래된 인삼이다. 실제로 인삼의 약효는 고래로부터 내외에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본초학(本草學) 책인 양(梁)나라 때의 ‘신농본초경’에 벌써 인삼이 ‘오장을 보호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사실 인삼의 약효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한방에서는 강장,강심(强心),건위(健胃),보정(補精),진정,자양 등으로 규정되며 서양의학에 따르면 항피로에서부터 스트레스에 대한 부신피질 기능 강화,혈압 강하,호흡 촉진,혈당 억제와 인슐린 작용 증강,성선(性腺) 발육및 DNA 합성 촉진,그리고 항암작용까지 치료약이라기보다 보약으로서 가히 만약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인삼이라고 효능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재배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약효가 좋은 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나는 인삼,곧 고려인삼으로 우리 인삼을 ‘人蔘’,중국 미국 러시아 등지의 인삼을 ‘人參’이라고 해서 특별히 구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산 인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일이 성행해왔거니와 이번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맹독성 농약으로 범벅된 밀수입 중국산 인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업자들이 검거됐다. 이들의 파렴치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항암작용을 하는 인삼을 오히려 발암작용을 하는 ‘독삼(毒參)’으로 만들어 팔아먹은 중국인들의 악착스런 상혼(商魂)도 개탄스럽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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