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에 따른 갈등이나 재판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앞으로도 커져가는 환경보호 여론과 마찰음을 빚으며 공사 중단,잦은 소송과 예산낭비라는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9년째 표류=1987년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호남표심 공략을 위해 급조됐던 새만금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환경청으로부터 해양수질 악화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받았다. 1991년 사업계획이 확정되고 착공할 당시 1996년 완공될 예정이었던 방조제 공사는 9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시화호 수질문제가 불거지면서 새만금도 수질악화 우려가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79건의 위법,부당 행위를 적발했다. 1999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4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민관공동조사가 이뤄졌다. 공동조사 끝에 정부는 공사재개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들은 법원에 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사업 잠정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1조7000억원이 투입됐으며 방조제 공사를 마친 뒤에도 토지조성 등에 모두 3조366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속철도 2조5000억원 손실=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공정 일정’에는 선로 등 시설공사를 2010년 7월22일에 끝내고 12월말까지 시운전을 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현재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가 이미 9개월 정도 늦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3일 터널공사에 대해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결정함에 따라 3개월간 공사가 진행되지 못할 경우 완전개통은 최소한 2011년 초까지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단은 지금까지 공사 지연으로 약 1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다시 3개월의 공동조사기간 공사가 중단된다면 매일 70억원씩 약 6300억원의 추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속철 2단계 구간 건설을 둘러싸고 약 2조5000억원을 넘는 추가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경인운하 1조8000억원 없었던 일로=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인천 서구 시천동(서해)에서 한강을 따라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에 이르는 18㎞ 구간을 폭 100m,깊이 6m의 수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2000년 10월 착공해 2004년 1단계 사업을 끝낸 뒤 2007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사업비는 1조8429억원 규모. 정부는 2002년 6월 굴포천 임시방수로를 개통했으나 환경단체들이 경제성 부풀리기 및 환경훼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결국 2003년 9월 ‘방수로 공사 우선추진’ ‘운하사업 보류’라는 결론을 냈다. 건교부는 지난해 경인운하 민자사업자인 경인운하㈜와 사업계약을 공식 해지하고 경인운하가 투입한 비용 1000억원 이상을 전액 돌려줬다.
이 밖에 사패산 관통터널은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반발로 25개월간 공기가 지연됐으며 이로 인해 58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센터 부지선정,신규 원전 건설 등도 환경단체와 정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선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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