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순경이 ‘관악산 다람쥐’ 잡았다
기사입력 : 2005.02.02, 18:08

경찰 3년차인 햇병아리 여순경이 43일간의 잠복 끝에 ‘관악산 다람쥐’를 붙잡았다.

서울 남부경찰서는 2일 사제총과 흉기로 무장하고 관악산 등산객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아온 혐의(특수강도 등)로 차모(54)씨를 구속했다. 차씨는 지난해 12월14일 오후 5시40분쯤 관악산 등산로에서 손모(38·여)씨를 사제총으로 위협,70만원을 빼앗는 등 2003년 6월부터 여성 등산객 35명으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0년대 초 유사한 수법의 연쇄 강도·강간범에게 붙었던 ‘관악산 다람쥐’란 별명이 관악산 등산객 사이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 첩보를 접한 경찰은 지난해 12월20일 남부서 강력2팀 소속 이희정 순경을 등산객 차림으로 관악산에 투입했다. 이 순경은 매일 해뜨기 전 산으로 올라가 등산로를 구석구석 누비다 해질 무렵 내려오기를 반복했고 새해 일출도 관악산에서 맞았다.

잠복 43일째인 지난달 31일 이 순경이 등산로 중턱 배드민턴장 부근에 서있을 때 차씨가 다가와 “산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말을 걸더니 갑자기 흉기를 들이댔다. 이 순경은 등산복 주머니에 손을 넣어 권총을 움켜쥔 채 몸을 날리며 신호를 보냈다. 주변에서 망원경으로 이 순경을 주시하던 선배 형사들이 뛰어나와 사제총 2발을 쏘며 저항하는 차씨를 격투 끝에 검거했다. 2002년 경찰에 들어가 여경기동대를 거쳐 지난해 10월 강력팀 근무를 자원한 이 순경은 “무작정 40여일간 산을 돌아다녔는데 차씨를 본 순간 감이 왔다”며 “여성 상대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일조해 기쁘다”고 말했다.

노용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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