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기자가 있는 스리랑카 남부 마타라 지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개발NGO 선한사람들(이사장 조용기) 2차 구호팀과 함께 임시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마타라 해안가 인근 고투웰교회는 이번 지진해일로 교회 관사 뒤뜰 부분이 조금 갈라졌을 뿐 괜찮았다. 이 지역에는 모두 5개의 교회가 있는데,한 곳만 피해를 보았을 뿐 대부분의 교회가 양호했다.
선한사람들 구호팀은 26일 새벽부터 새로 들여온 양수기 2대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갖고 있던 양수기 1대는 우물 안에 있는 온갖 이물질로 펌프가 막혔으나 전기수리공과 설비직업을 가진 구호팀의 신속한 수리로 간신히 작동됐다. 그러나 2대의 양수기는 첫날 7개의 우물을 정화하고 이튿날 19개 우물의 오염된 물을 뿜어내더니 결국 멈춰버렸다.
구호팀은 긴급히 콤롬보로 연락을 취했으나 이번 지진해일로 양수기가 품귀현상을 빚어 가격이 3배나 뛰었고 그나마 값을 올려줘도 구하기 힘들다는 소식뿐이었다. 다행히 현지 교회들의 끈질긴 구매노력으로 26일 새벽 새 양수기를 들여올 수 있었다.
구호팀은 아침 일찍 마타라 지역에서 동남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고다우다 마을에 도착했다. 이 지역 해안가에 있는 집들은 지진해일로 모두 휩쓸려 사라졌고 전 세계 구호단체들이 쳐놓은 텐트에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30여개의 우물이 있었다. 지진해일이 오기 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지만 현재 주민들은 구호단체와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수로 생활하고 있었다. 선한사람들 구호팀은 새로 구입한 양수기 등으로 신속하게 우물에 들어간 염수와 이물질들을 걷어냈다. 주민들 앞에서 수질검사 테스트를 마치고 이제 물을 마셔도 된다는 것을 확인시키자 마을 주민들은 뛸듯이 기뻐하며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열대과일과 스리랑카 특산물인 실론티를 구호팀에 건넸다.
만노주(36)씨는 “아내가 지진해일이 오고 1주일 뒤 딸을 출산했는데,아이를 씻길 물도 없어 큰 걱정이었다”면서 “이번에 선한사람들이 도움을 줘 이제는 안심하고 우물물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 속에서도 오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소나기가 내려 한낮의 더위를 식혀줬다. 선한사람들 구호팀의 봉사활동은 이곳 주민들에게 시원한 한줄기 물과도 같았다.
마타라=이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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