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아빠 오명호(28·가명)씨. 한때의 실수로 ‘미혼부’가 된 그는 “무모했죠.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인데 어쩌겠습니까”라며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돌도 지나지 않은 기훈(3·가명)이를 남기고 어느날 집을 떠난 생모는 이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7살 어린 여자친구와 두 달 사귀고 동거한 뒤 2002년 덜컥 아기를 낳게 된 오씨 커플. 그러나 10개월 간 아기를 함께 키우던 여자친구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처음에는 기훈이를 평생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 보육원에 보내거나 입양시킬까도 생각해보았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입양 주선 기관을 찾았지만 입양 역시 쉽지 않았다. 미혼모와 달리 미혼부의 경우 자식 입양시 ‘반드시 친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걸린다는 설명이었다.
한편으론 기훈이는 ‘내 핏줄’이라는 생각이 더 앞섰다. “여자는 제 갈 길 찾아 떠났다지만 저마저 아이를 버리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하지만 미혼부 오씨가 무슨 선택을 하든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할 뿐이다. 그는 “취직할 때는 ‘미혼인데 애 아빠다’고 할 수 없어 늘 속였다”며 “집 안팎에서 안정이 안 되니 영업직과 생산직을 전전하다 금방 그만두곤 했다”고 말했다.
아기를 맡기고 일을 가고 싶어도 맡길 데가 없었다. 오씨는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은 많은데 저 같은 미혼부를 위한 양육 보조시설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부모님에 얹혀살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식당일을 하던 오씨의 어머니는 기훈이 때문에 일도 그만뒀다. “새출발이요?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아이도 딸린 저한테 누가….” 오씨는 인터뷰 말미에 눈시울을 붉히며 “한 가지 소망은 기훈이가 엄마 없이도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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