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처음도 끝도 화려했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아시아 청소년 축구의 태양은 박주영(20·고려대) 하나였다.

일본 수비수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붙잡고 밀어도 어느새 빈틈을 찾아 골망을 흔들었다. 또다시 2골. 4게임에 나서 무려 9골(1어시스트)이다. 일본이 ‘괴물’이라고 자랑하던 히로야마 소타(20·쓰쿠바대)는 박주영 앞에서 ‘키만 큰 어린애’였다.

27일 새벽 카타르 도하의 그랜드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 결승전. 한·일 라이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했다. 한국의 3-0 완승. 1970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의 5-0 대승 이후 35년 만의 청소년축구 일본전 3골차 이상 승리다.

지난해 10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준결승에서 1골·1어시스트를 내주며 박주영의 무서움을 봤던 일본. 일본은 박주영을 막아야 이긴다며 전담 마크맨을 붙여 괴롭혔다. 박주영이 전반 7분 만에 골키퍼 니시카와의 선방에 막힌 1 대 1 찬스를 잡자 일본 수비의 견제는 더욱 거칠어졌다.

박주영은 이런 일본 수비에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미드필드로 한발 물러나 볼이 오면 최전방의 김승용·신영록 투톱에게 패스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빈틈이 보이면 갑자기 뛰어들어가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전반 41분 터진 첫골의 주인공은 박주영이 아닌 김승용이었다. 김승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신영록이 가슴으로 밀어주자 골지역 오른쪽에서 다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재빨리 왼발로 차넣었다. 박주영에게 쏠려 있던 상대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린 김승용·신영록의 완벽한 작품. 한국에 막아야 할 선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 일본 수비는 허둥댔고, 박주영의 골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3분 뒤 김승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날렸는데 걷어내려던 일본 수비수 나기라가 헛발질을 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박주영은 수비수 3명 사이에서 먼저 오른발로 볼을 차 골망을 흔들었다.

박주영은 후반 11분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며 한골을 보탰다. 자신의 패스를 받은 김승용의 슛이 수비 발맞고 나오는 것을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일본 수비수 2명이 발을 갖다대려 했지만 박주영처럼 빠르진 못했다.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중국과의 결승전부터 시작해 5경기째 2골 이상.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당 평균 2.25골의 가공할 골잔치를 마감하는 골이었다. 이 골로 63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박인선이 세운 청소년 단일 대회 최다골 기록(8골)도 42년 만에 깨졌다.

청소년 대표팀은 29일과 2월1일 시리아 청소년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펼친 뒤 스페인으로 떠나 다음달 9일 스페인의 명문팀 레알마드리드 2군과 연습경기를 펼친다.

〈김석기자 skim@kyunghyang.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