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내수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내수회복을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에다 증시 호황이 맞물려 유통·부동산 시장 등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2주 동안 정기세일을 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은 소비의 잣대인 남·여 의류와 수입명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2년 동안 감소세를 보인 롯데백화점 상품권 매출도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16%나 늘어 회복세를 반영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지난 15~21일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상승률은 0.13%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도 반등의 기미가 감돌고 있다.
이는 개포·잠실 주공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들이 1주일 만에 1천만~2천5백만원씩 오름세를 보이며 장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천5백만 회원을 보유한 비씨카드사의 지난해 4·4분기 이용액(할부·일시불)은 13조4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약 8천억원(6%) 늘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두고봐야 하지만 신용카드 매출이 늘고, 올해 출발은 좋은 것 같다”면서 “지난해는 할인점이 늘고 백화점이 빠졌는데 올해초는 백화점이 안정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같은 현상은 코스닥을 중심으로 증시가 호황 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대기업들이 올들어 투자를 대폭 늘리며 경기 호전을 주도하고 있는 데 따른 심리적인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계열사가 각종 성과·상여금 명목으로 3조원 이상을 풀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때문이기도 하다.
또 조기 예산집행을 통한 정부의 내수 회복 의지와 업계의 적극적인 판촉전이 맞물리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시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2천3백78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계기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일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29일 372.80에서 출발해 21일엔 460.62를 기록, 17일(거래일 기준) 만에 무려 23.55%나 상승하는 폭발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도 884.27에서 919.62로 3.99% 상승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경제동향실장은 “지수상으로 약간 변화의 조짐이 있지만 그동안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았던 데 따른 기대심리일 뿐 뚜렷한 회복세는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문규·문주영·김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