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 물에 자연에 나를 맡긴다

 
일본 열도 최남단의 가고시마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인구 1백80만명의 작은 도시이다. 연중 18℃ 내외의 따뜻한 기온, 야자나무 등 아열대성 식물들이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시내 중심부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우뚝 솟아있다. 이 때문에 흰 눈 대신 화산재가 1년 내내 흩날린다.

동해의 푸른 물살을 맞대고 한반도를 향해 있는 일본 돗토리현과 시마네현. 인천공항에서 1시간10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깝다.

강원도, 경상북도와 각각 자매결연을 맺어 한·일간 지자체 교류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자연과 수많은 온천을 품고 있고 해산물이 풍부하다. 여독의 부담없이 이국의 정취를 물씬 느끼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싶을 때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가고시마 공항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부스키는 가고시마에서도 최대의 관광지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찜질방만큼이나 흔한 게 일본의 온천탕이다. 그러나 이부스키의 온천은 물이 아닌 모래로 즐긴다는 점에서 이채를 띤다. 가고시마에는 지금도 용암을 품은 채 허연 연기를 뿜어대는 사쿠라지마 등 활화산이 7개나 있다. 용암에 의해 덥혀진 물은 바다 밑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가고시마 지역 온천수는 몸에 좋은 유황 성분과 광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경치좋은 해변에 위치한 이부스키 이와사키호텔의 그 유명한 모래 찜질은 바로 이 온천물이 스며든 모래를 덮고 땀을 내는 것이다.



발끝에 바다를 두고 살짝 파인 모래 구덩이 위에 누워있으면 일꾼들이 몸 위에 삽으로 모래를 덮어준다. 가만히 누워있다 보면 우리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는 기분이다. 엉덩이 등 지면에 깊이 닿는 부분은 제법 뜨거워 손으로 받치거나 요리조리 꼼지락거려 열을 분산시켜야 할 정도다. 그렇게 한 15분 정도 누워있다 보면 한여름에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송글송글 구슬땀이 맺힌다. 몸 속의 노폐물이 땀으로 다 빠져 나오는 듯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이 정도의 땀을 흘리려면 10㎞ 정도의 달리기는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떤 육체적 노고도 들이지 않고 이 많은 땀을 흘렸다는 사실이 뿌듯해지면서, 일순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한바탕 땀을 빼고 나면, 모래를 털어내기 위해 바로 옆 노천탕으로 가게 되어 있다. 남녀혼탕이라는 말에 당혹감이 들었지만 막상 가보면 유가다(목욕가운)를 입은 채 탕 속으로 들어가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는 정도여서 괜찮다.



모래찜질 온천말고도 가고시마에는 유황냄새 물씬 풍기는 온천탕이 90여개가 있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즐기는 형태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주로 대중탕 형태로 되어 있지만 일본의 온천은 여관 중심으로 형성돼 규모가 작다. 특히 우물처럼 파놓은 노천탕은 아담한 일본식 정원에 둘러싸여 색다른 운치를 준다. 달빛을 받으며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별을 헤는 재미, 노송 사이로 스쳐가는 찬바람을 맞는 기분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가고시마행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주 3편(일·수·금) 운항하고 있다. 가고시마공항에서 이부스키까지는 자동차로 50분 정도 소요된다. 이와사키호텔 서울사무소 (02)598-2952

〈이부스키|김후남기자 khn@kyunghyang.com〉

#돗토리현 미사사·가이케

미사사 온천은 ‘라듐온천’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무색투명한 온천수는 마셔도 되며, 만성 소화기 질환이나 기관지염, 피부미용 등에 좋다. 암 예방 효과도 있다. 이 지역 주민 암 발생률이 전국서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4시간 누구나 무료로 입욕할 수 있는 노천탕은 지친 과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골목길 좌우로 형성된 전통 ‘료칸(旅館)’거리도 볼만하다. 일본의 옛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제법 운치있다. 137년 된 곳도 있다. 료칸들은 온천탕을 구비하고 있는데, 1인당 1만(10만원)~1만5천엔(15만원) 정도면 긴 겨울밤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다.



1900년에 한 어부가 발견한 것이 시초가 됐다는 가이케 온천도 유명하다. 염분이 많고 부인병,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 등에 좋다고 한다. 산음지방 제일의 리조트로도 인기 있다. 카와라 온천도 빼놓을 수 없다. 온천욕으로 피로를 씻어내고 나서, 토속주를 마시면서 삶은 게 껍데기를 떼내어 게장을 긁어먹고, 다리 껍데기를 까서 초간장에 찍어먹는 맛은 일품이다.



요나고 공항에서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일우호교류공원’이 나온다. 1819년 강풍으로 난파한 강원도 선원들을 극진히 대접, 무사히 귀국시킨 사실을 기념한 공원이다. 그 당시엔 국교가 없었는데도 양국간 훈훈한 정이 오갔음을 보여준다.



미토쿠 산 낭떠러지에 꼭 달라붙은 듯이 세워진 ‘절벽 불당’도 명물이다. 1,300년 전 세워진 것으로 그 건축방법은 지금도 알 수 없는 신비에 싸여 있다.

일본 최대급의 플라워파크 ‘하나카이로’에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들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후지산에 비유되는 수려한 명봉 다이센이 바로 보이는 점이 큰 매력이다.

#시마네현 마쓰에시·신지코

마쓰에시는 국제 관광도시로 지정됐을 정도로 아름답다. 마쓰에성과 성을 둘러싼 해자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펼쳐져 있는 도시다.

마쓰에성은 4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지었을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 성으로 꼽힌다. 우아하고 장중한 외관도 매력적이거니와 6층 망루에서 사방으로 내려다보이는 시내경치는 압권이다. 유람선을 타고 해자를 돌다보면, 무사의 저택 등이 늘어서 있는 한적한 길을 만난다.



그 옆에 줄지어선 노송과 해자의 물결이 어울려 에도시대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신지코 호수의 저녁놀 역시 장관이다. 미국 전문지의 정원랭킹에서 일본 제일로 선정된 ‘아다치 미술관’ 의 대정원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너무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쓰에시 일대에도 역시 온천이 많다. 고온 양질의 온천으로 신경통, 류머티즘, 부인병 등에 좋다. 신지코 호수변의 온천가에서는 이른 아침에 가막조개잡이를 하는 배도 볼 수 있다.

또한 일곱 가지 진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신지코 온천역 앞에는 원천을 100% 그대로 흘려보내는 천연온천으로 된 족탕이 있다.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지친 발을 잠시 쉬게 할 수 있다. 마쓰에는 차의 명소이자, 전통과자로도 유명하다.

〈돗토리현·시마네현|강근영기자 thanks@kyunghyang.com〉
작성 날짜 : 200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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