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전국 사립대학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복지장학금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등록금 인상률은 최근 3∼4년에 비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는 등록금 인상률을 지난해에 비해 1% 올리기로 하고 17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총학생회의 반발로 연기됐다.
이화여대는 최근 장학제도를 개편,올 1학기 복지장학금 예산을 지난해 전체 장학금 예산의 16%보다 10%포인트 올린 26%(약 33억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복지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할 경우 성적우수장학금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운 학생에게는 학비뿐 아니라 생활비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대학이 장학금을 중복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세대는 지난해 전체 장학금의 60%를 지원한 가계곤란 장학금을 올해의 경우 단과대별로 최고 70%까지 확대키로 했다. 홍복기 학생복지처장은 “성적우수장학금의 경우 신청자 10명 중 1명 정도가 받겠지만,가계 곤란을 입증하는 서류를 갖춰 신청한 학생은 절반 이상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복지장학금 수여 대상자를 지난해 100명에서 110명으로 늘려 기초생활수급 가정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토록 했다. 홍익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 800여명에게 1인당 한 학기 60만원씩 지원하는 면학장학금을 신설하고 단과대별로 추천받기로 했다. 덕성여대는 최근 재단에서 받은 특별지원금 5000만원을 전액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복지장학금(1인당 100만원)으로 사용키로 결정했다.
부산외국어대는 성적우수장학금 수혜자를 10%에서 8%로 줄이는 대신 학과장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추천하면 지급하는 모범장학금 규모를 3%에서 5%로 늘렸다. 또 기초생활수급 장학금을 신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각각 지난해보다 낮은 4.58%와 5.7%로 결정했고,고려대는 지난해 인상률 6.9%보다 낮게 책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선대는 동결 방침을 정했고,경남지역 대부분 대학도 지난해 수준의 인상을 계획 중이다.
서울대는 이날 기성회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8% 인상한 기성회비를 올해의 경우 9% 올리기로 확정,발표하려 했으나 총학생회 학생 50여명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 무산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대학 발전을 위한 투자 부분까지 고려하면 이 정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국립대인 서울대가 경제불황 속에서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기석기자,부산·광주=권경훈 장선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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