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장학사업] 교장과 본인만 알도록 지원
기사입력 : 2005.01.16, 18:25

“하이서울 장학금의 도움으로 당당히 원하는 대학 1차 수시에 합격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한 학생으로부터 감사편지를 받았다. K여고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학생은 “종전에 받던 학비지원이 끊겨 걱정했는데 1년 동안 서울시 장학금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했다”며 “어릴 적부터 꿈꾸던 대학에 입학했으니 지금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시는 이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 중단 기로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지난해 4월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가정의 자녀는 제도적으로 마련된 학자금 지원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시교육청의 저소득층 자녀학비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차상위 계층의 자녀가 주 대상이다.

장학금은 지난해 도시개발공사가 서울 마포구 상암7단지에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해 얻은 수익금 가운데 일부인 100억원으로 조성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1만8006명의 고교생이 72억원의 장학금 혜택을 입었다. 학생들은 연간 156만원에 이르는 수업료 등을 분기별로 나눠 받고 있다.

이 장학금의 가장 큰 특징은 장학생 선정을 본인과 해당학교 교장만 알 수 있다는 점. 이는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집안의 어려운 형편 등 원하지 않는 사실이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지거나 자신이 남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270여개 고교의 교장이 직접 학생을 추천하면 서울시는 장학금을 송금할 뿐 학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이같이 다른 학생이 모르게 장학금을 지급해 아이의 기를 살려줘서 고맙다는 어머니의 편지와 동생의 장래를 걱정하는 격려에 감사한다는 누나의 편지가 시장실로 배달되기도 했다.

이 장학금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무작정 도움을 받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때가 되면 자신도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는 것. 해당 학생은 10년 뒤 자신이 재학한 학교 후배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이것도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문서로 된 조건이 아니라 구두로 약속할 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수모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밀보장에 신경쓰고 있다”며 “이는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윤기자 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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