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 인터뷰] ″청계천에 세계적 조형물 세울 것″
기사입력 : 2005.01.16, 18:46

 
 
 
 
 
 
 
 
 
 
 
 
 
 
 
 
 
 
 
이명박 서울시장의 모든 행보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울시정을 펴나가는 것도 어차피 정치적인 행위라는 걸 부인할 수 있을까.

그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답게 지난 14일도 한나라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부터 서울 여성신년인사회에 이르기까지 외부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당일 오전으로 잡혔던 인터뷰 시간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오후 6시 시장 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담은 신년 시정계획이나 시장재임 2년반 동안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문화 콘텐츠나 장학사업 등이 주요 화제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치적인 얘기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특히 드라마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이 화제로 떠오르자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라며 “과거 군사정권 밑에서 그런 것에 저항했던 민주화 정권이 구태를 답습하다니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명박 시장하면 청계천 복원을 떠올리게 된 만큼 이를 둘러싼 마무리 공사 구상을 먼저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시장은 “청계천 시발점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세계적인 조형물을 세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오는 10월1일 준공식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새로운 조형물을 보기 위해 올 정도로 대단한 명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가에게 조형물 제작을 의뢰할 방침이다.

이 시장의 구상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청계천 시발점인 무교동 95 갑을빌딩 앞에 ‘깜짝 놀랄 만한’ 조형물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페인 북동부 바스크자치주 수도인 빌바오시가 강가에 있던 조선소 자리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어 회색도시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이 조형물이 생명을 되살린 청계천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청계천 복원사업이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건축상을 받은 건 괄목할 만한 일이지만 청계천 복원 이후에 나타날 사회적 변화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례도 소개했다.

“우리는 단순히 청계천 복원공사를 토목공사라고 생각하는데 비엔날레 주최측은 청계천 복원공사 자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게 아니고 이같은 일을 추진하려고 생각한 발상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어요. 이같은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상인들과의 마찰 등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소했나 하는 이 두가지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었어요.”

또하나 주목되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공사를 몇개월 단축하느냐 등 토목공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이에 일본 팀은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이후에 바람의 흐름 즉 기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프랑스 팀은 청계천 복원 이후 서울시민의 심성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 외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고교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하는 ‘하이서울 장학금’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자신이 어렵사리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장학금을 받아야 했던 기억을 되살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게 ‘왼손이 모르게’ 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서울시내 남녀 고등학생 중 한해 1만명 정도가 학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요.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면 군대갈 나이도 안됐고 직장을 구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일에 휩쓸리기 쉽지요. 이들이 안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사회안전망의 테두리를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시장은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1000만명의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첫 장학금을 지급할 때 담당부서에서 대상자 5000여명을 체육관에 모이라고 통보했어요. 유명가수의 공연을 하면서 시장이 일일이 장학증서를 수여하는 행사로 꾸릴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뒤늦게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개개인 앞으로 용기를 북돋우는 편지를 보냈지요. 먼 훗날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시장실에는 이런 장학금에 감사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편지와 이메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년 반 사이에 시청 공무원들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빨라도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청계천 복원공사를 민간 일류기업의 속도인 1년 만에 마무리하기까지 “평생 공무원 하면서 이렇게 일 해본 적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발적으로 예산을 절감하는 등 서울시의 부채가 줄어든 것은 공직사회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시장은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일선 공무원이 변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흔히 공무원을 철밥통이고 개혁대상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우수한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업무추진 과정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 서기관 승진심사 과정에 대상에서 제외될 뻔한 직원을 우선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는 시장 취임 직후 청계천 복원에 반대하는 편에 섰거나 여당 캠프에 기웃거렸던 직원들의 명단이 담긴 2개의 봉투를 전달받은 적이 있지만 이를 돌려 보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누구나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끌고 갔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자평했다.

그는 주변에서 여러가지 얘기를 들은 듯 “(대선)캠프는 왜 꾸리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는다”면서 “때가 되면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열심히 본분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리=김칠호기자/대담=정원교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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