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받아든 이재민 ‘함박웃음’…스리랑카 재난현장서 보내온 조현삼 목사의 편지
기사입력 : 2005.01.14, 15:43

 
 
 
 
 
 
 
 
 
 
 
 
 
 
지난 4일 새벽 3시30분(현지시간 새벽 1시30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한민족복지재단의 긴급구호팀 3진으로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도착,구호캠프가 설치된 골 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재난 현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들이 뭍으로 올라와 서로 엉켜붙어 있었습니다. 바닷가의 집 가운데 성한 것이라곤 콘크리트 건물 몇 채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 형체만 남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이를 어떻게 복구하나!’ 장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자력으로 극복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일이 덮쳤던 바닷가에 가보았습니다. 바다는 잔잔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혹시 시신이라도 떠밀려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바닷가를 헤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은 주요인을 알게 됐습니다. 해일이 일어날 때 아침이었습니다. 해일은 모두 세 차례 발생했습니다. 처음 두 차례 해일은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경이감으로 바라봤습니다. 집에 있던 사람들도 신기한 광경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몰려나왔습니다. 그때 강렬한 세번째 해일이 밀려와 사람들을 덮쳤던 것입니다.

구호팀의 구호대상은 1000여명. 불교사원에 ‘스리랑카 지진해일 이재민을 향한 한국 교회 사랑’이라는 플래카드와 태국기를 내걸었습니다. 구호품을 나눠주기 전 이미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손에 티켓을 든 채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구호품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 구호품 물량을 계속 확인하는 40대 남자 이재민의 모습은 안쓰럽기조차 했습니다.

각 구호물품 앞에 구호요원이 1명씩 섰습니다. 첫번째 요원은 티켓을 받고 다음 요원은 큰 비닐봉지 2개를 나눠주었습니다. 이재민들은 구호물품들 앞을 지날 때마다 한 가지씩 받아들었습니다. 설탕 통조림 달(말린 쌀로 스리랑카인들의 주식) 비스킷 라면 생수 빵 밀가루 남자옷 여자속옷 생리대 등 10여 종의 구호품을 다 받으면 비닐봉지가 가득해집니다.

봉지가 채워지면서 이재민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피곤함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손 가득 한국 교회의 사랑을 들고 귀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주님이 뒤에서 싱긋 미소 짓고 계신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구호활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콜롬보 구호본부와 골 구호캠프는 스리랑카 남부지역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14일까지 트리코말리 구호캠프에서는 물라티브를 비롯한 동부지역을 섬겼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교회의 물질 및 기도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구호팀 1진을 위해 서울광염교회 사랑의교회 남서울은혜교회 등이 9만달러를 후원했습니다. 2진을 위해 소망교회 주님의교회 등이 8만5000달러,3진을 위해 4만달러,4진을 위해 5만달러를 후원했습니다. 한국 교회 사랑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일 현재 ‘한국 교회 스리랑카 긴급구호본부’에 지원된 금액은 26만5000달러입니다.

이번에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현지 파트너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이란 밤시 지진 구호활동을 하면서 얻은 교훈 때문입니다. 기독교 박해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분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조건입니다.

교회에 대한 현지인들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2000여개의 스리랑카 교회가 부서지는 핍박을 받았습니다. ‘NGO=기독교’란 등식으로 못마땅해하던 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사원에서 한국 교회가 전하는 사랑이라는 영문과 한글로 된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물품을 나누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 교회는 이번 재난을 통해 그 땅을 기경하는 일을 감당했습니다. 예수님과 교회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 기경된 땅에 복음의 씨가 뿌려지고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수년내에 보게 될 것입니다. 선교사들과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재난 당한 나라와 이재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복음의 실크로드가 놓이는 기적을 하나님이 만들어 가십니다. 한국 교회를 사랑합니다.

정리=함태경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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