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언제부터 닭띠가 될까?
[ : 2005-01-14 10:57:41 ]

[쿠키인터넷팀 2급정보] ○…양력1월1일, 음력1월1일부터 닭띠가 되는 것이 아니다
2005년 새해 양력으로 1월 1일 부터 을유년(乙酉年)이라고 보도하는 방송사들에게 "음력 1월 1일이 되기 전까지는 아직도 갑신년(甲申年)이므로 을유년이라고 표현하면 안된다"고 하는 의견기사가 'A일보' 'B일보' 등의 지면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그 의견기사 역시 많은 부분 오해를 바탕으로 잘못 쓰여진 기사였다. 우선, "우리 나라 절기는 음력으로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오해다. (24)절기는 농경사회의 필요에 따라 철(계절)에 맞춰 농사를 짓기 위해 철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띠의 개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방송사에서 양력 2005년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에게 "닭띠해의 첫 탄생"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 오보라고 하면서 양력 1월 1일이 아닌 음력 1월 1일에 해당하는 양력 2월 9일 전에 태어나는 아이는 모두 원숭이띠이며 "2월 9일 부터 닭띠 아이"라고 의견기사가 쓰여져 있었다.

양력 2005년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를 닭띠라고 보도한 것은 방송사들의 명백한 오보다. 그러나 음력 1월 1일부터 태어난 아이가 닭띠라고 지적한 그 의견기사 역시 오보다. 또, 많은 방송사 신문사들이 '닭띠해를 빛낼 닭띠해 스타'라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는데, 기자들이 띠가 절기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을 몰라서 닭띠가 아닌스타를 닭띠 스타라고 오보를 내는 경우도 많다.

월(月)의 절입일(節入日)이 되기 전까지는 음력이 바뀌어도 띠는 바뀌지 않고 '갑신'이니 '을유'니하는 간지(干支)도 바뀌지 않는다. 2005년 '새해'라고 할 때 그 '새해'는 하나가 아니다. 2005년 양력 1월 1일도 새해이고 2005년 음력 1월 1일인 '설'도 새해이고 을유년의 첫 태양을 볼 수 있는 입춘일도 새해다.

'새해'의 사전적인 의미에 따르면 양력설이나 음력설이 아닌 입춘일이 새해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음력 1월 1일은 새해를 보는 날이 아니라 '새달'을 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새달'은 보름이 되어야 제대로 된 보름달로 나오긴 하지만 아무튼 음력 1월1일은 엄밀히 말할 때 새해가 아닌 '새달'의 첫날이다. 또 양력 1월 1일은 서양의 새해 'New Year'의 첫날이다.

그래서 새해는 엄밀히 말하면 입춘일부터다. 입춘 전날은 겨울철과 봄철을 가른다는 의미에서 '절분(節分)'으로 불리우기도 하고 한해의 마지막을 넘기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해넘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날 입춘 전날 밤은 콩을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리고 입춘, 새해가 되고 띠가 바뀌면 '입춘대길'등의 글귀가 쓰여진 입춘방(立春榜)을 붙이며 한해의 복을 기원하고 건강을 기원하며 올 한해도 열심히 살 것이라 다짐한다. 이때 입춘부터 한해의 농사계획이 시작된다.

농경사회의 이런 전통이 많이 사라지면서 철(계절·절기)의 개념과 띠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철의 개념을 모르고 띠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을 가르켜 '철부지'라 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철을 잘 알아야한다. 철에 맞춰 씨뿌리고 김매고 수확을 해야 제대로 된 농사가 되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농사를 잘짓기 위해서도 인생의 철을 잘 알아야한다. 열심히 공부할 시절에 공부하고 일할 시절에 열심히 일하는 식으로 인생의 철에 잘 맞춰서 살아야 제대로 된 인생농사가 되어 나중에 인생의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농사의 철을 몰라 농사를 망치는 사람, 인생의 철을 몰라 인생농사를 망치는 사람이 '철부지'다. 농사를 제대로 짓는 것처럼 인생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서, 철부지를 벗어나라고 '띠'라는 것을 만들어 내시고 "네 띠는 무슨 띠냐"고 물으시는 조상의 뜻을 잘 헤아려야 겠다.

그럼 올해는 언제 부터 닭띠가 될까? 2005년 입춘일인 양력 2월 4일 이후 태어나는 아이부터 음력으로는 2004년 음력 12월 26일 이후 태어나는 아이부터 이번 을유년 닭띠가 된다.

참고로, 닭띠 해에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 "닭이 부리로 모이를 쫄 때 주위의 낱알이 흩어져버리듯 재물이 흩어져버려 재물이 잘 모이지 않는 팔자를 갖고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 그런데 그것은 띠와 팔자의 의미를 모르고, 철의 의미를 모르고 내뱉는 나이 많으신 '철부지'들의 말씀이다.

쿠키뉴스 이승훈 기자 bluero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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