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신청 ‘기하급수’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법원의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가 전년보다 3.2배 이상으로 늘어난 1만2천3백73건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회생제 신청건수도 제도시행 3개월여 만에 9,000건을 넘어섰다. 부도나 연대보증 등으로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게 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0년 329건에 불과하던 개인파산 신청은 2001년 672건, 2002년 1,335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다 지난해 1만건을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매달 800건을 밑돌던 신청건수는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급증, 10월 1,531건, 11월 1,814건, 12월 2,271건을 기록했다.
파산 직전에 있는 채무자들이 일정기간 능력껏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이 탕감되는 제도인 개인회생제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23일부터 시작된 개인회생제는 당초 까다로운 신청 자격과 절차 때문에 9월 132건, 10월 1,507건 등 개인파산보다 접수가 적었다. 그러나 11월부터 제도가 개선되면서 신청자들이 급증해 11월(3,505건), 12월(3,914건)에는 개인파산 접수건수를 능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3개월여 동안 총 개인회생제 접수건수는 9,058건에 달했다. 빚은 모두 탕감받지만 사회적 불이익이 큰 개인파산보다 빚의 일부를 갚아 나가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개인회생 접수는 서울이 1,9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 1,043건, 부산 898건, 대구 780건, 인천 726건, 대전 508건 등 순이었으며, 제주가 131건으로 가장 적었다. 법원 관계자는 “국내 신용불량자들이 4백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