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참사] 印尼 최대 난민촌 록스마웨 르포
기사입력 : 2005.01.09, 19:56

“한국 구호팀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사흘이나 기다렸습니다. 약품이 많이 있나요? 여긴 약이 제일 귀합니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지진해일 난민촌이 형성된 아체주 록스마웨시의 주민 안푼들(45)씨는 8일 저녁 기자가 동행한 굿네이버스 구호팀을 만나자마자 의약품부터 물었다.

반다아체에 살던 동생을 해일로 잃은 그는 이재민 가족이면서도 이 곳 난민촌 환자들을 며칠째 돌보고 있었다. 구호팀이 준비해온 의약품을 꺼내 보여주며 한국 기아대책 구호팀의 반다아체 의료활동 상황을 설명하자 엄지를 세워 보이며 “코레아 넘버원”이라고 했다.

안푼들씨가 구호팀을 사흘이나 기다려야 했던 것은 자카르타-메단-록스마웨를 잇는 구호수송 체계의 혼선 탓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5일 메단에 도착한 뒤 6일부터 록스마웨에서 구호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자카르타를 이륙한 항공기가 두차례나 메단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하는 바람에 일정이 지체됐다. 구호단체와 구호품이 수마트라섬 진입공항인 메단에 몰려들면서 활주로 병목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7일 밤에야 메단공항에 간신히 도착한 굿네이버스팀은 8일 오전 11시 트럭 3대에 구호품을 싣고 록스마웨로 출발했다. 출발 전 구호팀에는 불길한 소식이 들려왔다. 이틀전 메단-반다아체 육로 중간지점에서 구호품을 노린 반군이 정부군과 총격전을 벌여 사상자 7명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구호팀은 총격전이 벌어진 길을 따라 가야 했다. 더욱이 록스마웨는 오사마 빈 라덴이 한때 은신했던 곳이자 알카에다 훈련장소,아체주 반군 근거지 등으로 알려졌었다.

통역 자원봉사자인 싱가포르 교민 4명,의료진 3명,굿네이버스 구호요원 2명과 기자는 출발 2시간 만에 아체주 경계에 도착했다. 주 경계 초소를 지키던 군인들에게 1인당 2만루피아(약 2500원)를 통행세로 지불하고서야 아체주에 들어설 수 있었다. 록스마웨로 이동하는 도중 어떤 마을에선 밴드가 동원된 결혼식이 벌어졌고,어떤 마을에선 총을 든 정부군의 긴장된 모습이 보이는 등 상반된 풍경이 구호팀을 번갈아 맞았다.

메단 출발 9시간 만에 도착한 록스마웨는 이재민 5000여명이 모여 있는 천막촌과 피해지역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활기찬 시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가전제품으로 호평받고 있는 LG전자 간판이 눈에 띄었다. 난민촌이 형성된 푸송바루 마을에 들어서자 이재민들이 일제히 구호팀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마을 면장부터 동네 아이들까지 밤 늦도록 의료진의 약품 분류작업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일부는 작업을 돕기도 했다. 면장 자카리아(35)씨는 “20만명이 살고 있는 록스마웨는 쓰나미로 1000여명이 죽었고 이재민만 1만명이 넘는다”며 “구호팀 안전과 질서는 경찰과 상의해 책임질테니 새 집을 짓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록스마웨에선 미군과 호주군이 구호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민간단체 구호활동은 미미한 상태였다. 난민촌에는 피부병과 설사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굿네이버스 안승진(35) 부장은 “재해지역은 참사보다 2차 전염병 창궐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며 방역기 2대와 정수기로 방역활동을 시작했다. 굿네이버스는 부모 잃은 어린이를 위한 교육센터와 보육시설을 짓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록스마웨=한장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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